익숙한 Bar에서 즐기는 저물녘처럼

우쿨렐레 적응기 #7

by 유달리


꼭 연주하고 싶은 두 곡이 있다. 지금 듣고 있는 김동률의 〈J’s bar〉와 클래지콰이의 〈날짜변경선〉이다. 내 수준을 알고 있으므로 감히 도전하지 못해서 아직은 듣고만 있는 상황. 직접 연주할 수는 없어도 음악을 배우다 보니 노래와 맞물린 내 삶의 페이지들을 들춰보게 된다. 20대의 나와 나란히 걷던 이 노래들을, 블랙커피 한 잔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재생한다.




먼저 전람회 2집에 발표된 뒤 김동률 베스트 앨범에 재수록된 〈J’s bar〉부터. 경쾌한 피아노 반주와 챙챙 울리는 심벌즈 소리에 드럼 비트가 어우러지며 시작되는 인트로가 감성을 똑똑 두드린다. 이어 충분히 굵고 낮은, 담백함과 약간의 느끼함과 나른함을 적절히 섞어서 툭툭 던지는 김동률의 노래가 감각을 휘는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아 멋스럽고 여유 있는 선배의 가벼운 토닥임 같은 노래. 노랫말마저 60년대 재즈에 한창 빠져 있는 나를 저격한다.



웃는 얼굴로 늘 내게 말하지 음~ 어서 오게 나의 친구여 my J’s bar
늘 같은 세상 늘 같은 모습들 그래도 흔해빠진 삶은 여기엔 없어
아무래도 좋은 술잔 속에 가득 담은 추억들을 마시며 콧노래를 부르며 Oh, my J’s bar
나를 아는 좋은 사람들과 하루 해가 저물어가면
There’s no hip place for me but my cool J’s bar


지금 내게는 J’s bar와 브런치가 겹쳐지는 것 같아 반복 재생 단추를 누르고 볼륨을 조금 더 키운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타인들의 삶에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자기 하루를 살아내기도 벅차 보인다. 그러나 거리에서 보면 흔하게 무표정한 사람들도 글로 만나면 각자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지나왔는지를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다. 얼마나 고되었는지, 또 무엇에 기뻐했는지, 어떤 순간에 외로움을 느꼈는지 내 마음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나의 하루도 그렇다. 당연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 윤곽이 선명해지고 그늘이 짙어진다. 그렇게 적어낸 나의 글자리에 ‘나를 아는 좋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기분이란. 편안한 재즈바에서 향기롭고 빛깔 좋은 술을 홀짝이며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저무는 하루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흥겹다. 한 마디, 두 마디 건네주는 그 말들과 마음은 때로는 콧노래로 전해지고 때로는 살며시 부딪쳐주는 술잔이기도 하고, 잔을 들어올리며 찡끗하는 눈인사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만의 집, 내 작은 방에서 나는 클래지콰이의 〈날짜변경선〉을 들으며 그야말로 고독한 자유를 한껏 느꼈다. 다른 삶을 시작하는 내게 이 노래는 응원이 되어 주었고, 갑자기 혼자가 된 내게 경쾌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이 노래 덕분에 지난 시간과의 단절과 시작이 축복이 될 수 있었고 씩씩하게 세상을 만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문득 다가와 내게 말 걸며 이제 한걸음 앞으로 나가라고
날짜변경선 선을 넘어서 우리 사랑하며 웃음 짓고 있네.
매일 그댄 나와 늘 함께 춤을 추고 어제를 추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사랑하네
and the star will shine on days of our time
그 하루 세상이 우릴 위해 멈춰 있듯



춤을 추며 추억할 수 있는 어제를 가질 수 있다면 오늘도 내일도 지루하거나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음악 생활에 빗대어 본다면 우쿨렐레를 끌어안고 놓고 싶지 않지만, 조금 다른 결의 음률을 만나 우쿨렐레와 더 멋진 춤을 추기 위해 기타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할까. 머물고 싶은 순간을 한껏 즐기면서도, 용기 내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짜변경선을 사뿐 넘어가서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섞은 뒤, 이 두 곡에 담아 기타로 재현해 보기로 하자.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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