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로 연주하는 우쿨렐레

우쿨렐레 적응기 #8

by 유달리


다음 시간부터는 기타를 들고 레슨에 가야 한다. 새로 배우는 악기인 만큼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집중 연습이 필요할 테니, 아무래도 한동안은 우쿨렐레를 꺼낼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아쉬워하기보다는 그전까지 더 열심히 만나기로 한다. 소보다 조금 더 분워기를 갖춰서 연주를 해 보자.


하와이를 다녀온 동생에게 선물 받은 우쿨렐레 모형로 무대를 장식하고, 고양이들을 청중 삼아 연주를 시작했다. 중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만, 나만 집중하면 된다. 유일하게 외워 칠 수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OST 〈언제나 몇 번이라도〉가 좋겠다. 마침 지금의 상황에 어울리는 곡이니 감정을 실어 천천히 연주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연인의 심정으로, 부모님과 이름을 되찾고 싶은 치히로의 바람으로.



어설픈 연주가 그럭저럭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청중들이 웬일로 얌전한가 싶었는데, 모형 우쿨렐레 끝에 매달린 끈을 보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 무대에 난입을 했다. 그렇지, 노끈은 참을 수 없겠지. 우당탕 큰 소리를 내면서 모형이 떨어지며 연주가 중단되었지만 외롭지 않은 공연이었다. 아쉬운 감정을 담아 연주해보는 경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기분을 바꾸거나 우울함을 떨치고 싶을 때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게 만들어서 내가 아는 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감정을 정화하는 예술이다. 그런 순간에는 클래식이 좋겠는데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쇼팽의 〈녹턴〉을 좋아하는데, 검색해 보면 번호가 19번까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멜로디는 그중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찾아보니 내가 아는 곡은 녹턴 Op. 9 No. 2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었다.



클래식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문학수 작가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읽었다. 저자는 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므로 음악을 깊이 즐기고 싶다면 음악가 개인의 내면을 만나고 공감한다는 마음으로 들을 것을 권한다. 이 조언처럼 책에서는 음악가들의 성격이나 삶의 굴곡들을 면밀히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슈베르트와 베를리오즈 등 많은 음악가들에게 목표이자 좌절이 되었던 베토벤, 모범생의 전형이었던 바흐, 신분 상승에 목말랐던 하이든, 피아노 음악의 신세계를 연 쇼팽, 광기의 바그너까지. 스토리텔링과 키워드로 그들의 이야기를 접한 후에 듣는 음악은 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명연주를 한 지휘자와 녹음까지 소개해 주어 찾아 듣기가 수월했다.




책의 제목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충분히 무겁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다. 음악을 만나는 자세 또한 그렇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에 공감을 느낀다. 우쿨렐레를 배우지 않는다고 영영 놓게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연주 폭을 확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기억하면서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천천히, 우쿨렐레 연주 생활을 이어 나가야겠다.





책 정보 :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문학수 글, 돌베개 펴냄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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