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너의 의미는

기타 입문기 #1

by 유달리


기타가 왔다. 미니라지만 크고 낯선 모습으로 배달되었다. 일반 기타의 3/4 사이즈로 휴대성이 뛰어나고 여성이나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통기타, 제품명은 Cort Earth mini w/bag OP 탑솔리드다. 솔리드 기타는 원목으로 만든 기타를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탑솔리드는 상판만 원목을 사용한 기타이며, 기타의 소리는 상판에서 좌우하므로 탑솔리드만으로도 풍성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미니 기타라더니 생각보다 더 크고 묵직하다. 우쿨렐레와 비교해 보니 2.5배쯤은 되는 것 같다. 낯설게 울리는 소리의 무게감. 네 줄 우쿨렐레와 달리 여섯 줄이고, 조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기타를 어쩌지 못해 다음 수업 시간까지 그냥 놔두기로 했다.


미니 기타 옆에서도 자그마한 우쿨렐레


새삼 떨리는 첫 레슨날, 을 나서며 우쿨렐레 대신 기타를 등에 멘다. 내 등 뒤의 낯선 존재에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새로움을 접하는 게 이렇게나 쉽지 않다. 우쿨렐레와의 끈끈함을 갈라놓을까봐 우려도 되었지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내게 덩치가 큰 악기나 가전 기피 대상이었던 탓도 있다. 이제 내 식구가 되었으니 애정을 가져 봐야지.




기타를 받아 든 선생님은 능숙하게 조율을 시작한다. 시험 삼아 해보는 연주가 본격적인 공연 같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는 것인가? 선생님, 저 기타 잘 치는 사람 만들어 주셔야 돼요, 하고 책임을 지운다. 당연하죠, 라는 빠른 답변이 돌아온다. 정말? 그렇게 쉽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의심어린 생각을 떨치고 선생님을 믿고 가보기로 하자.


20~30만원 대 기타는 뽑기라고 한다. 요리조리 기타를 살펴 보시더니 잘 뽑은 것 같다고 하셨다. 기타 줄이 넥을 당기는 장력이 70kg 쯤 되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넥 부분이 틀어질 수가 있다고 했다. 그걸 교정하는 구멍이 넥 끝부분이나 바디 안에 있는데, 나사를 조여 주면 어느 정도 교정이 된다고. 기타를 차 안 같은 곳에 방치하거나 하면 높고 낮은 온도 때문에 회생이 불가능할만큼 망가지기 쉽고, 사람 살기 좋은 곳이면 악기도 잘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선생님 말씀. 자, 남들 기타 배울 때 배우는 곡은 다 배울 거예요. 〈로망스〉부터 〈Twilight〉도 다시 할 거고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도 기본이구요. 이런 설명도 그냥 말로 하지 않는다. 〈로망스〉를 아무렇지 않게 연주하면서 말한다. 아아, 바로 저런 거야, 내가 되고 싶은 경지가.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듯 아름답게 파문을 일으키는 연주!


〈로망스〉는 2절에 키 변환이 있어서 코드 잡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2절 시범을 보여주는 선생님. 과연 코드 난이도가 꽤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 덧붙인, 그래서 아직 아무도 배운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혹 해버렸다. 그럼 배우고 싶은데요! 라고 말하니 해보자며 살짝 미소 짓는 선생님. 각오하라는 의미일까?




첫 곡은 산울림의 〈너의 의미〉였다. 우쿨렐레 독학 때부터 레슨을 거쳐 네 번째로 만나는 노래다. 처음에는 코드만 치고, 다음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연주했다. 우쿨렐레와 운지는 같은데 이름이 달라서 헷갈리긴 해도 얼추 코드 잡기가 된다. D코드와 A, G, Bm7 코드로 진행된다. 내 왼손으로 코드를 잡은 상태에서 선생님이 한 줄 한 줄 소리가 잘 나는지 체크했는데, 다행히 맑은 소리가 났다.


아직은 어색한 자세


기타를 잡는 자세는 등이 구부정하게 되지 않아야 한다. 척추를 꼿꼿하게 펴고 필요에 따라 코드를 잡은 왼손을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는 것은 허용된다. 줄을 보기 위해 악기를 비스듬히 눕히는 것도 금물이다. 악기가 커져서 몹시 어색했다. 오른쪽 팔을 기타 바디의 어느 부위에 놓아야 할지 어리바리했는데, 다행히 자세는 합격점을 받았다.



<너의 의미> - 산울림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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