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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n 28. 2022

험한 파도에 사뿐히 올라탄 듯 살아가기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고


윤주, 이슬아 두 작가에게 멋진 친구로 언급되었고, 결정적으로는 @limbo 작가님의 서평에서 매력을 느껴 양다솔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사이라서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그의 집에도 가 보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소개 받고, 그를 든든하게 지지하는 두 고양이를 만났으며, 따끈한 아침의 차도 대접받고 나니 나도 모르게 부쩍 가까워지고 말았다.




책 제목 속 ‘마음’ 앞에 붙은 ‘가난’이라는 수식어가 은유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회사를 그만 두고 퇴직금까지 몽땅 전셋집에 써버린 뒤 내일 먹고 살 방법을 고민하는 실제적 가난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고 있고, 휴대폰은 할당된 통화를 모두 사용했고, 오래 된 난방기 탓에 전기 요금은 터무니없이 청구된 상황이다. 속세를 떠나버린 아빠와 공장 일을 하다가 건강이 나빠진 엄마를 두었지만 한부모가정 지원 기준 충족하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본 장학금 신청서의 질문들은 대강 두 가지의 내용을 요구하고 있었다. 너는 얼마나 열심이며, 얼마나 비참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107p)

비극은 쉬웠다. 비극은 이야기 자체가 아닌 앵글에 있었다.(109p)


돈이 요구하는 만큼 자세를 낮추며 가난을 상세하게 증명함으로써 그는 장학금을 탈 수 있었다. 자신이 진술한 가난을, 글 속으로 들어간 실재하는 궁핍을 목도하는 그의 심정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생계를 위해 그때 그 마음을 다시 글로 서술하여 책으로 만들어 낸 기분은 또 어떠할까.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웃긴 사람과 우스운 사람의 경계란 분명 아슬아슬하다. (...) 웃지 않는 상대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웃긴 사람은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51p)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스탠딩 코미디를 즐기며 절망 대신 해학을 택한 사람이다. 그 당당함이 사랑스럽다. 남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기보다는 스스로를 기꺼이 농담 소재로 삼는 사람이 나는 좋다. 그런 이들은 대체로 꾸며낼 줄 모르고, 악의가 없으며 그저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를 상대에게 보여준다. 의 이 책처럼 말이다.


그는 가족을 떠난 아버지를 얼마간 원망하면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처절하게 외로우면서도 식탁에 오른 생명 미안해하고, 외로울 자격에 대해 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 날이든 슬픈 날이든 똑바로 바라보면서, 웃음도 눈물도 붙들지 않고 쉬이 날려보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당장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는 아침을 맞이하는 자기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르며  차 한잔으로 제 몸을 따스하게 데우는 사람이다. 어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돌볼 줄 알고, 주어진 하루의 삶을 풍성하게 일굴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절벽’이지만, ‘절벽에서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고됨을 홀로 짊어진 엄마와 어긋나고 싸우면서도 서로에게는 서로밖에 없으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챙기고 보듬는 모습이 정겹다. 가난해도 마음만큼은 가난해질 수 없는 당당한 그가 멋있다. 나는 그와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러나 사실 응원은 필요 없어 보인다. 그 스스로 삶을 누구보다 잘 꾸려가고 있으므로.




책 정보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글, 놀 펴냄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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