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천천히, 나의 멜로디를 찾을 때까지

기타 입문기 #3

by 유달리


내 운전 실력은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으며 택시와 스칠뻔한 순간 이후로 집 주차장에서 차를 빼거나 넣는 것만 가능한 정도다. 주차장을 벗어나 다른 차들이 보이는 순간부터 겁이 난다. 즉 주변에 움직이는 사람도 차도 없어야 운전이 가능하다. 그러니 차 주위에 누가 있든 어떤 장애물이 있든 차를 수 있는 사람과, 중에서도 아무 차에나 턱 앉아서 제 차처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몹시 부럽다.


부러움은 악기를 다룰 때도 적용된다. 누가 보든 말든 긴장하지 않고, 어느 악기나 척척 집어 들고 연주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생님은 기타가 무거우니 집에 놓고 연습하고, 레슨실에 있는 기타로 수업을 하자고 하셨는데 그럴 수 없었다. 일렉은 너무 무겁고 클래식 기타는 너무 크다고 말했지만 실은 자신이 없었던 이유였다. 내 악기도 잘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악기는 더 서툴 것 같아서.



그래서 기타를 들고 다니기로 했고, 〈너의 의미〉와 〈Wind Song〉에 이어 세 번째로 배울 기타 곡은 영화 〈Once〉의 주제곡인 〈Falling Slowly〉였다. 우쿨렐레로 배울 때 코드 운지가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기타로는 비교적 쉬운 코드 진행인 C-F-Am-G로 이루어지는 곡인데, C 코드에서 자꾸 삐끗하는 소리가 나면서 가사가 또 내 상황과 겹쳐진다. 나는 기타를 칠 줄 모르지만 원하고 있고, 기타는 늘 나를 바보로 만들고 나는 어쩔 줄 모르는.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Words fall through me
And always fool me and I can’t react


C 코드를 잡으려면 먼저 왼손으로 넥을 감싸 쥐고 엄지는 6번인 맨 윗줄을 막고, 검지로 1번 프렛 2번 줄, 중지로 2번 프렛 4번 줄, 약지로는 3번 프렛 5번 줄을 잡아야 한다. 약지가 최대한 몸 쪽으로 와야 하는데 자꾸 중지를 따라가면서 소리가 어긋나고, 개방현인 1번 줄은 맑은 소리가 나야 하는데 손바닥에 걸려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 NAVER movie


기본 중의 기본인 C 코드부터 막히니 레슨 때도 집에서도 한숨을 절로 쉬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급해하지 말라며 달랜다. 선생님은 왼손을 내려다봤을 때 코드를 잡은 손가락 방향이 시선과 만나는 사선이 되어야 한다고 교정해 주셨고, 지금은 맑은 소리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쿨렐레 소리도
그렇게 맑지 않았잖아요?


그 말에 위로는커녕 와르르 쿵, 하고 멘털이 무너졌다. 너무나 사실이어서 더 아팠다. 선생님은 이런 따끔한 한 마디를 아주 잔잔한 말투로 말씀하신다. 상처주거나 무안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그리고 열띤 설명이 이어졌고 질문이 던져졌다. “아르페지오가 어려울까요, 반주 스트로크가 어려울까요?”, “빨리 치는 게 어려울까요, 천천히 치는 게 어려울까요?” 몰라요 몰라요, 저는 둘 다 어려운데요.


일반적으로는 느리게 치는 것과 아르페지오 주법이 어려운 것이었다. 음 하나하나가 다 들리니까 모두 맑은 소리가 나도록 해야 하고, 그만큼 오래 줄을 붙들 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가능한 느리게> 연주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어렵지만 천천히 연습해서 기본을 잡아가자는 것이다.



알겠다, 내가 또 조급했다. 자꾸 잊어버리는데 나는 3주차 병아리 연습생이다. 주차장도 못 나가면서 툭하면 급발진하는 버릇은 좋지 않다. 세발자전거를 굴리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워가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사람들을 태우고 도로에도 나가고, 누군가를 데려다 주기도 하고, 렌터카도 다룰 수 있을 날이 오겠지. 전은 몰라도 기타로는 꼭 이뤄자고 다짐한다.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Take your home




Photo : pixabay.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손끝에 새겨진 음악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