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 《암과 살아도 다르지 않습니다》를 읽고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이전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전보다 나은 존재. 울음을 그치고 고민의 방향을 틀었다.
어떤 존재로 살 것인가.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