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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ug 15. 2022

민족의 교과서 백범일지 읽기

김구, 《백범일지》를 읽고


이 책은 위인전을 즐겨 읽지 않는 내게 여러 번 찾아왔다. 청소년 권장도서로, 독서토론 필독서로, 그리고 선생을 특별히 존경하는 지인의 선물로. 읽을 때마다 김구 선생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는데, 더스토리에서 펴낸 책은 특히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흥미로웠다.


먼저 김구 선생의 삶의 궤적과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역사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를 밝혔고, 역사적 사료로서 《백범일지》의 구성과 편집, 친필본과 필사본의 의미를 추적하였다. 친필본에서 삭제된 내용과 필사본에 추가된 내용까지 상세히 비교하여 각각의 중요도를 설파하였다.


또한 옛말이 편하게 다듬어졌고 문장이 친근하여 잘 읽혔으며 그의 전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인간됨과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다. 긴이가 제안한 독법을 참고하여 이 책을 네 가지 관점에서 읽어 보았다.




1) 인간 백범에 대해

먼저 백범의 성장과정이 그의 인격과 의식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고자 했다. 백범은 가난한 상민의 집에서 태어나서 양반에게 멸시를 당하는 가문을 견디기 어려워 배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거제의 폐해를 겪은 후 상심한 그는 《마의상서》를 읽던 중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라는 글에 마음이 움직여 정신을 수양할 의지를 키웠다.


자의식이 생긴 백범은 동학운동을 하다가 위기를 맞고 곡절 끝에 안 진사와 스승 고능선을 만고, 일사보국의 뜻을 품게 되었다. 또한 책 속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발견하고 몸에 새겨, 생의 중요한 순간에 가르침을 따른 것이 위대한 인물로 나아가는 길이 된 것 같다. 한 줄의 글은 이처럼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2) 지식인으로서의 백범에 대해

그는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 줄 아는 사람이었고, 배움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삶의 방향을 이끄는 가르침을 따라 출신과 배경을 뛰어넘어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원동력 또한 독서와 사색에 있다.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말을 격언 삼아 고전과 세계 역사 등을 두루 접하며 열린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는 한 종교에 치우침이 없이 동학·불교·기독교 등의 교리를 공부하고 수용하였다. ‘오랑캐’를 정의하기를 ‘행실이 옳지 않다면 내 나라 사람도 오랑캐’라며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오랑캐에게 배울 것이 많고, 공맹에게서 버릴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 것에서 성찰, 반성, 수용의 자세가 돋보인다.


조선인들은 식민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오랜 기간 중국을 섬겨왔고, 낡은 유교사상밖에 몰랐던 양반과 교육을 접하지 못했던 민중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골의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감옥에서 문맹자에게 글을 가르치는 등 계몽활동으로 민족의식을 키웠다. 감옥 안에서는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자문하며 고뇌하는 장면이 있다.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남이 만들어 준 옷을 입거늘 품은 뜻은 평생 어기지 말아야 한다.
네가 어려서부터 늙어서까지 스스로 농사짓지 않고 스스로 옷을 짜지 않아도 대한의 사회가 너를 입히고 먹였는데, 그일 왜놈이 먹이는 콩밥이나 먹고 붉은 의복이나 입히는 데 순종하라고 먹이고 입혔느냐?


3) 독립운동가 백범에 대해

백범은 정의롭고 용감했다. 치하포에서 왜장군을 죽일까 갈등하는 상황에서 ‘가지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나,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로다’라는 선생의 가르침을 떠올린 것이나,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스스로의 의지를 기준으로 자문자답하는 모습에서 백범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스찌다를 죽인 후에도 사유와 이름을 밝히는 등 자신의 행동에 떳떳했다.


백범은 나라를 위해 어떠한 역할이든 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하였지만 경무국장, 내무총장을 거쳐 주석에 오른 백범은 이념과 사상의 당파싸움 속에서 민주주의 구현의 한 뜻으로 임시정부를 지켜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고자 편지 정책으로 해외동포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이봉창 ·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주도하였다. 중국 정부의 허락을 얻어 광복군 조성을 계획하던 중 해방의 소식을 듣고는 자주 해방을 시도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백범일지》 친필본 사진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4) 역사적 문헌으로서 이 책의 가치에 대해

백범은 두 아들에게 남기는 유서의 의미로 이 책을 적었다 밝히고 있으나, 모든 국민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민족의 교과서’라 불린다. 이승만 정부 시절 금서로 선정되기도 했고, 1997년 보물로 지정된 이 책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첫째, 집안의 내력과 가문이 겪은 멸시도 가감 없이 드러낸 솔직한 자서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둘째, 군역전, 삼각혼, 과거제도와 폐단, 옥중생활 등 조선 말기의 생활풍습을 기록한 살아있는 역사서로서의 가치가 있다. 셋째, 탄생에서부터 해방되기까지 임시정부의 활동 과정을 그 중심에서 상세히 밝힌 한국 독립운동사의 기록서이다. 넷째, 함께 실린 ‘나의 소원’은 유려한 글로 자신의 정치 이념을 소상히 밝히고, 민족 철학과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설득력 있는 호소문이다.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책정보 :

1) 《백범일지》 김구 글, 양윤모 옮김, 더스토리 펴냄

2) 《백범일지》 김구 글, 돌베개 펴냄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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