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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l 26. 2022

모험 소설의 고전 읽기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모험 소설의 고전은 《오디세우스》지만 대표적인 근대 모험 소설로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꼽는다. 이 두 소설이 등장한 배경은 봉건주의가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르주아 계급이 성장하던 시기다. 과거와는 달리 계급 상승을 꿈꿀 수 있게 됨으로써 중간계급은 현재를 비관하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낙관할 수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는 18세기 영국에서 출간된 모험 소설의 걸작이다. 이 책은 걸리버가 항해 중에 난파하여 소인국 릴리펏, 거인국 브롭딩낵, 과학의 나라 라퓨타, 이상적인 휘늠국을 두루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의 두 나라에서는 주로 사회 정치 제도와 구조적인 이야기를, 라퓨타에서는 과학의 이면을, 휘늠국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삼는다. 깊은 고찰과 사회 풍자,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동화로 읽고 말 책이 아니며 한 번 읽고 말 책도 아니었다.



경제적 측면 외에도 당시의 문학이 정치적 선전을 위해 이용되던 시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슨 크루소》의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로빈슨 크루소》는 문화와 경제를 스스로 창조하고 신을 섬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사회교육적 경향 소설이고, 《걸리버 여행기》는 시사적인 사회 풍자 소설로, 주인공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기존 사회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두 주인공 모두 원래 속해 있던 세계로 돌아오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귀환은 자의였고 걸리버는 타의에 의해서다.


이번에는 이 둘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두 소설 모두 작가를 숨기고 독자들이 소설 속 주인공의 진짜 여행기라고 믿게 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사회 풍자 소설이었으므로 작가가 밝혀지면 곤란했던 이유이고 둘째는 사실주의를 추구함으로써 좀 더 실감 나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문화의 기원과 타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는 아일랜드 출신의 풍자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다. 당시의 식민 열풍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고, 스위프트는 이 흐름을 포착해서 모험 소설을 썼던 것이다. 그는 식민 정책을 펼친 영국에 의해 착취를 당했던 아일랜드의 문제를 보면서 인간과 사회의 부패와 탐욕을 풍자하고 비판하려는 의도를 소설에 담고자 했다.


신화나 고전에 철학적 고민을 담아 재창조하는 것을 즐겼던 미셸 투르니에가 《로빈슨 크루소》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도 문명과 종교, 문화 우월성에 대한 한 단계 깊은 질문을 던지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라도 《로빈슨 크루소》를 읽어야 했다. 사회제도뿐 아니라 인간 본성으로까지 확장되는 주제를 접하고 보니, 모험 이야기 속 과장된 상상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책 정보 :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펴냄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글, 윤혜준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글, 김화영 옮김, 민음사 펴냄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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