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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l 30. 2022

세상에 온갖 신기한 것들

작은 감탄을 경험하는 삶


한 번도 끊기지 않고 깎이는 사과 껍질이 신기했다. 개미구멍 옆에 쌓이는 작은 모래 언덕이 신기했다. 삼 남매가 매달려 온 힘을 다해 손가락을 펼쳐도 다시 주먹이 되는 아빠의 손이 신기했다. 한 줄기 한 줄기 모아서 묶어 올리면 우산이 되는 풀이 신기했다. 학교를 빨리 가야 한다고 양말을 신고 자던 동생이 신기했다. 단단하고 까만 알맹이를 쪼개면 하얀 분가루가 나오는 씨앗이 신기했다. 태엽을 감고 뚜껑을 열면, 차가 후진할 때 나오는 음악이 연주되는 작은 상자가 신기했다. 달걀을 거품기로 열심히 저어서 구우면 맛있는 빵이 되는 게 신기했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 운동장 모래를 파면 동전이 우수수 나오는 게 신기했다. 껌으로 제 얼굴만큼 크게 풍선을 부는 친구가 신기했다. 물 속의 돌을 뒤집으면 꼬물꼬물 뭔가가 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일요일에 등교해서 좋아하는 아이의 체육복을 빨아준 친구가 신기했다. 혀로 뒷면을 핥으면 끈끈해지는 우표가 신기했다. 밤바다에 담그고 휘저었을 때 빛나던 내 손이 신기했다. 분필을 힘없이 잡아끌면 점선이 그어지는 게 신기했다. 네 번을 읽어도 처음처럼 재미있는 책이 신기했다. 내 다이어리를 생일 선물로 달라던 남자친구가 신기했다. 딸기크림맛 츄파춥스를 입에 물면 시험공부가 잘 되는 게 신기했다. 허세 충만한 선배들이 만드는 도넛 모양 담배 연기가 신기했다. 그렇게 싫던 가지 나물이 맛있어진 게 신기했다. 새 옷만 입으면 비가 온다는 그의 징크스가 신기했다. 나의 아기가 처음으로 제 힘으로 앉았을 때 신기했다. 갑자기 시험장에 날아든 참새가 신기했다. 내 소원을 싣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등이 신기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나를 한없이 응시하는 고양이가 신기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신기하다.

기대하지 않은 것들도 신기하다.

신기한 것 삶을 살만하게 만든다.


신기한 것이 점점 사라진다.

그 많던 신기한 들을 놓치고 말았다.

마음에 더 많이 기록했어야 했다.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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