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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r 22. 2022

[그림독서록 #3] 파이 이야기

무엇이 우리를 다시 삶으로 이끌 것인가?




삶이 무료한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호랑이와 함께 망망대해에서 수개월을 버티고 살아남은 소년의 모험을 담은 《파이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드물게 책과 영화 모두 완벽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경이로운 자연과 동물과의 교감에서는 전율을 느꼈고, 믿음과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었으며 삶의 태도를 정하는 법을 일깨워 주었다.


변화는 동물을 긴장하게 하는 반면, 인간은 끊임없이 긍정적인 변화를 원한다. 파이의 아버지도 희망을 기대하고 이민을 떠난다. 그러나 가족을 실은 배는 폭풍우에 침몰되고, 파이는 얼룩말과 하이에나, 오랑우탄 그리고 호랑이와 한 보트에 타게 된다. 굶주린 동물들은 자연의 법칙대로 먹고 먹힌다. 마지막에 남은 건 파이와 호랑이. 파이는 호랑이에게 일인자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호랑이는 파이를 집어삼키려는 존재였고, 그래서 파이는 살아남기를 갈망했다. 갈망, THIRSTY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사냥꾼에게 잡힌 후에 얻은 이름이기도 하다. 삶의 균형에 대해 얀 마텔은 '우리의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이며, '죽음만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감정을 흥분'시킨다고 설명한다. 리처드 파커는 파이에게 죽음의 공포이자 삶의 의지였다.


소설 속에서 화자와 청자가 여러 번 바뀐다. 먼저, 독자에게 들려주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다음으로 파이가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작가와 독자 말고도 파이의 이야기를 듣는 사고 조사원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각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의미의 층위도 깊어진다.


《파이 이야기》는 생존과 죽음, 삶의 의지, 희망과 구원, 종교, 그리고 믿음과 선택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가 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지만, 파이는 신을 믿는 쪽을 선택한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고 알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 신의 존재라면, 삶을 이어가야 하는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고 얀 마텔은 독자에게 믿음과 선택의 딜레마를 던진다.




책 정보 : 《파이 이야기》 얀 마텔 글, 공경희 번역, 작가정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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