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이론과 치유의 음악

기타 입문기 #6

by 유달리


지난주에 아파서 레슨을 건너뛰고 2주 만에 선생님을 만났다. 2주 동안 연습한 곡은 검정치마가 부른, 드라마 〈또! 오해영〉의 OST 중 〈기다린 만큼, 더〉였다. 드라마는 못 봤지만 보컬의 애절한 바이브와 멜로디가 서글픈 가사와 더불어 어쿠스틱한 감성을 한껏 전달하는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면서 한두 주만 연습을 안해도 잊어버리게 되는 지난 곡들도 틈틈이 복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습적으로 윤도현밴드의 〈사랑 Two〉도 해보자고 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연주한 나를 칭찬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코드 잡기 테스트. 선생님이 그려준 기본 코드 운지를 보고 변형 코드의 자리 찾기 테스트다.


F#m 코드를 잡아보세요, 라는 주문에 더듬더듬 자신 없게 잡는다. 거기가 맞을까요, 라는 말씀에 손가락은 갈 곳을 잃고 눈치를 살핀다. 스트로크를 해 보라기에 줄을 쓰다듬었더니 굉장히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난다. 아, 틀렸구나. 이런 식으로 몇 번의 테스트에 모두 통과하지 못했다. 침울해졌다.



음악 이론이 부실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온라인 이론 수업을 들어보았지만 화성학으로 연결되면서 나의 이해를 넘어서는 부분이 많아서 어려웠다. 선생님의 경우 이론 지도를 보통 기타 8개월 차 정도에 시작하는데 우쿨렐레 경력이 있어서 빠르게 시작한 것이란다. 그러니 좌절할 필요 없다고, 사실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좌절하면 안 돼요!라고 못을 박았다.


선생님의 단호함에 조금 안심이 됐다. 자주 테스트는 하겠지만 부담 느끼지 말고 차근차근 익숙해지자며,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앞으로 다 배울 거라는 말과 함께 다시 시작된 애드리브 연주. 같은 운지법으로 프렛 위치만 이동해서 코드를 변형하면서 하는 연주가 이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연주하는 손을 보고 있지 않으면 복잡하고 다양한 운지의 곡처럼 들린다.


그러다 갑자기 연주에 노래까지 툭툭 얹는다. 레슨실은 소극장이 되고 자유자재로 춤추는 손가락을 보며 나는 정신이 멍해지고 말았다. 어떻게 연주해도 즉석에서 자연스러운 곡이 되는 마법과, 이를 홀로 즐기고 있는 호사스러운 순간이 심각했던 좌절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의기소침한 학생을 음악으로 달래는 선생님의 섬세한 교육 방식과, 음악이란 치유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어서 이번에 새로 배울 곡은 저스틴 비버의 〈Love Yourself〉였다. 이 곡을 배우는 이유는 핑거스타일 주법과 운지가 쉬우면서도 다양한 프렛을 넘나드는 코드 잡기 연습이 되기 때문이란다. 선생님이 조금 전 보여주신 멋진 즉흥 연주 방식과 유사 곡이었다. 리듬과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잦은 쉼표의 등장과 엇박으로 박자에 주의해서 연주해야 한다. 좋다, 연습 함께 코드에 익숙해져 보자. 음악과 사랑에 빠지고 기타를 공부하는 시간 만큼, 렇게 "기다린 만큼, 더" 잘할 수 있겠지.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Photo : pixabay.com

인용한 글 : 《랩 걸》 호프 자런 글, 김희정 옮김, 알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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