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를 배울 때 비교적 쉽게 연주했던 비틀스의 〈Blackbird〉를 다시 배웠다. 오른손을 튕겨 연주하는 주법이 특이한 곡이다. 원곡과 동일한 주법으로 배우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기타 버전의 핑거스타일 주법으로 배워보기로 했다. 처음 배울 때는 몰랐는데 박자가 2/4, 3/4, 4/4박으로 계속 변형되는 곡이라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선생님과 함께 1968년에 발표했던 앨범에 실린 곡과 폴 매카트니가 노년에 콘서트장에서 연주하며 부른 라이브 곡을 연이어 들어 보았다. 목소리는 노쇠했지만 연주의 깊이는 더 깊어진 듯했다. 처음 이 곡을 배울 때는 가사를 내 상황대로 해석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이 곡은 아프리카계의 인권을 노래한 곡이며 가사와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인지 일부러 망가진 기타로 녹음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선생님은 난이도 높은 곡을 마스터하기 위해 동전을 활용했다고 한다. 동전 다섯 개를 일렬로 나열해 놓고 완벽하게 연주할 때마다 동전을 뒤집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 연주를 틀리면 앞서 뒤집은 동전도 다시 원위치시키며 연습을 반복했단다. 당시 연주했던 곡을 들어보니 이건 뭐 대놓고 고행스러운 곡이었다.
내게는 입시도 아니고 취미로 배우는 기타이니 그렇게까지 연습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선생님의 ‘그렇게까지’는 동전 다섯 개와 뒤집은 동전까지 다시 리셋하는 걸 말한 것이었다. 동전 두 개 정도만 놓고 연습해 보세요, 하시는 거다.
선생님의 말씀을 애써 모른척하고 다음 날 연습은 그냥 평소대로 했다. 그러다가 연습을 홀랑 까먹고 3일을 보낸 뒤, 레슨 전날에야 어쩌나 싶었다. 혹독한 연습 방법까지 듣고 난 뒤라 마음이 더 불편했다. 결국 십 원짜리 동전 세 개를 찾아와 악보 옆에 놓고, 심호흡을 하고 기타를 집어들었다.
Blackbird singing in the까지 연주하다가 삐끗, Blackbird singing in the dead of night에서 또 삐끗. 악보 3페이지짜리 한 곡을 틀린 곳 없이 완곡하기까지 스무 번을 시도해야 했고 시간은 25분이 걸렸다. 평소에는 한 곡을 연주하고 손가락이 아파서 쉬곤 했는데, 도전이라 생각하니 손가락이 아픈 것도 몰랐다. 겨우 동전 한 개를 뒤집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두 번째 동전은 아홉 번의 시도가 필요했고 시간은 17분이 걸렸다. 마지막 마디까지 갔다가 틀린 경우에는 갈등이 되기도 했지만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럴수록 연주는 신중해졌고 저절로 집중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세 번째 동전은 한 번의 시도만으로 뒤집을 수 있었는데 그 깔끔한 기분이란. 횟수와 시간이 줄어들며 연습의 효과가 눈에 보이니 보람되기도 했다.
연습을 다 하고 나서야 곡 전부를 그렇게 연습할 필요는 없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완곡보다는 잘 되지 않는 부분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연습한 것을 무를 수도 없고, 어차피 어려운 구간에서 멈춰 처음으로 돌아갔으니 그리 잘못한 건 아니겠지?
첫 번째 동전을 뒤집기 위한 스무 번의 시도를 하는 동안 폴 매카트니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이 곡을 얼마나 연주했을까 생각하니 외롭지 않았다.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기 위해, 그리고 인권 운동에 참여한 소녀를 위해 만들었다는<Blackbird>. 50년 동안이나 연주해왔을 이 곡을 진지하게 연습할 수 있어 좋은 주말이었다. 세 개의 동전은 당분간 가까운 곳에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