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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pr 09. 2022

나와 세상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윤리적 선택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을 읽고


피터 싱어는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동물 해방》 등을 집필한 철학자다. 생명윤리를 전공한 그는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단체 ‘The Life You Can Save’를 운영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부부에게도 영감을 주어 기부 서약 사이트를 설립하도록 도왔다. 동물을 차별하는 이들을 ‘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축산업에 반대하며 채식을 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의 원제는 ‘현실 세계에서의 윤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동물 윤리를 시작으로 낙태와 안락사, 인간 복제, 의료보험, 비만, 피임, 동성애와 젠더 문제, 게임과 폭력, 부와 사치, 기부, 정치 참여, 난민, 환경, AI에 이르기까지 한 번쯤은 고민한 적이 있을 법한 난제들과 해결 방향의 열쇠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려면 소비를 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기에 누구나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피터 싱어는 이 선택의 기준에 윤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리는 금기의 규범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취향의 문제처럼 주관적인 것 또한 아니기에 충분히 논의 가능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윤리란 ‘고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의 결정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는가?’ ‘이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가?’라고 자문해야 하고 그 범위는 나와 가족, 민족과 종을 넘어 살아 있는 생명 모두와 미래 세대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도덕과 윤리를 신-종교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성의 문제로 보았다. 인간성을 기준으로 삶을 고찰해보자는 것이다. 작은 윤리적 선택들이 반복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삶의 방향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결국은 세상다. 이 세대에서 진보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윤리 개념을 공론화함으로써 다음 세대에서 실질적 진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보았다.


나의 경우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어서 동물 윤리에 특히 관심이 간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현재 세계 대형동물의 약 90%가 인간 아니면 가축(인간 16%, 가축 70% 수준)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가축들은 종이라는 집단으로는 독보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개체 수준에서는 전례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축들은 죽는 방식보다 사는 방식으로 인해 더욱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타일러 라쉬는 어린 시절 선생님이 기르던 닭을 잡는 것을 목격한 일화를 소개한다. 타일러는 그의 행위를 비윤리적이고 거북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자 선생님은 직접 하지 못한다면 먹을 자격도 없다고 말했고, 이 경험을 통해 그 ‘상품으로 접한 동물을 아무 감정 없이 먹는 게 오히려 잔인’하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전한다.


닭을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밤새 불을 켜 놓고 사료를 먹이고, 늘 우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젖소들이 어떤 상태로 지내야 하는지... 이런 사실들을 알고서도 완전히 채식으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양과 빈도를 줄이는 것으로도 윤리적 소비에 동참할 수 있다. 동물 복지와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 보고 실천을 다짐한다.



적게 먹고 버리는 것을 줄이기

협동조합 제품, 로컬 먹거리 구매하기

스테이크 대신 두부, 우유 대신 두유 먹기

배달·외식은 한 달에 세번 이하로 제한하기

동물복지 제품 구매하기

가죽이나 모피 제품 사지 않기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

옷 구매 줄이기

출근길, 산책길에 에코백 · 장바구니 휴대하기

친환경 정수기를 사용하고 필터 재활용하기

과대포장 제품 사지 않기

플라스틱 용기 사용 줄이기

샴푸, 세제 비누로 사용하기

종이가방, 일회용품, 비닐봉지, 플라스틱칼 받지 않기

주문/포장/계산할 때 집중해서 말할 타이밍 놓치지 않기



고작 이 정도의 실천을 할 뿐인 내가 윤리를 말해도 될지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 쓰는 것을 선택했다. 사람마다 가치와 기준은 다르다. 각자의 선택에서 윤리가 우선순위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기준도 포함하여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는 것, 이런 노력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싱어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당’ 취급해서는 나아갈 수 없으며, 요하거나 상대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대화의 의지를 관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함께 논의하고 변화하기 위해 거절당하더라도 다시 노력하고,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윤 문제를 떠나 모든 대화에 필요한 자세다.





책 정보 : 《더 나은 세상》 피터 싱어 글, 박세연 번역, 예문아카이브 펴냄


함께 읽은 책 :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글, 김명주 번역, 김영사 펴냄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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