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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pr 23. 2022

문학을 읽는 특별한 즐거움

《교수처럼 문학읽기》를 읽고


가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그러자면 ‘이야기’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에 빠지고,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는 것일까. 《교수처럼 문학읽기》  저자 토마스 포스터의 말을 빌리면 이야기는 ‘우리 자신을 설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이야기를 창조하고 소비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 문학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문학은 가공된 이야기를 가지고 인간과 삶을 탐구하는 매체다. 그러니까 문학은 현실에 대한 은유다. 은유(metaphor)는 ‘초월하다’라는 뜻의 ‘meta’와 ‘옮긴다’는 뜻의 ‘pherein’의 합성어다. 작가들은 원형의 이야기를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언어로 인간과 세계를 말하고 독자에게 좀 더 깊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문학 은유로 되어 있기에 뉴스와는 다르게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깨달음과 재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문학 교수인 저자는 수동적인 읽기에서 벗어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비유와 상징, 패턴을 해석해보기를 권한다. 또 여러 텍스트들을 읽었던 경험을 활용해서 작품 안에 함축된 의미를 독자 스스로 창조해 내도록 권유하고 있다.



책에 인용된 대부분의 작품을 들어보지 못해 독서 이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고, 테스트로 제시된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 〈가든 파티〉를 읽고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읽어내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무지는 ‘자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측정하는 단위에 불과하다’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래도 그리스 신화와 호머의 작품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읽은 경험이 다른 작품을 읽는 데 도움이 다. 같은 이유로 성경 읽기를 시도했지만 창세기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여러 책에서 자주 언급된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나 《댈러웨이 부인》은 읽었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책은 읽을수록 읽지 않은 것과 읽어야 할 것이 많아진다.


나의 경우 읽는 시간보다는 작품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해석을 포기하는 작품도 없지 않다. 그 과정이 늘 막막하고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고민의 시간과 내 몸을 통과한 언어들로 감상을 정리했을 때의 뿌듯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하나의 작품이 기존의 배경지식과 융합되는 순간 짜릿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저자가 지적한 ‘호기심의 결여’, 즉 ‘자기에 대해 알려는 의지의 부재’가 몰락을 야기했다는 해석은 잊고 있었던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 생각해 보니 리어 왕도 진실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찔렀지 않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닮은 두 작품을 연결하지 못했다니. 이제 보니 《리어 왕》은 《오이디푸스 왕》을 다시 쓴 작품이었다.


한 작품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주고받는 일 또한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저자는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에 등장한 눈에 대해 ‘죽음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통합자’라고 제시했다.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에 실린 단편 〈폭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 나는 눈의 역할을 ‘감정을 순화하고 행동을 유보하게 만든 장치’로 해석했다. 이 책을 읽고 백수린 작가가 제임스 조이스 작품차용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니 《죽은 사람들》도 읽고 싶어진다.


나는 이렇게 한 작품을 건너 다른 작품으로 읽기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읽을 작품은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에 수차례 은유되었고 이 책에서는 “(이 책을 선택하는 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라고 소개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다. 이 책에서 배운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저자가 제시대로 조금 더 집요한 해석을 더한다면 문학읽는 즐거움이 더 커질 것을 확신한다.




책 정보 : 《교수처럼 문학읽기》 토마스 포스터, 이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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