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를 배우기 전부터 즐겨 들었던 <우쿨렐레 피크닉>의 앨범에 <작은 고양이>라는 노래가 있다. 다른 곡들도 다 좋지만 결정적으로 이 노래로 인해 악기까지 사게 되었던 것 같다. 애묘인이자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이 노래는 내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정중하게 손 내밀면 모른척하네 고개를 돌리네 휙하니 가버리네
가사가 고양이의 특성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주옥같은 가사들이 이어지는 것이, 고양이를 잘 아는 작사가의 작품이 틀림없다.애가 타는 인간과 달리 유유자적하는 고양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낸 걸 보면.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고양이는 늘 우위에 있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는 자존감이 넘치는 존재다. 몸이 근질근질하니 긁어달라고 요구할 때마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서 나에게 직진한다. 그럴 때면 우쿨렐레고 뭐고 다 내려놓고 긁긁시중을 들어야 한다.
고양이들은 내가 악기를 연주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또 자기들이랑 놀아주지 않고 딴짓을 한다는 것이겠지. 아니 그보다는 연주를 방해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일단 악보라는 것이 돗자리 삼기에 좋아 보이고, 악기집이라는 좋은 숨숨집을 보유하고 있어서 질투가 나는 걸지도 모른다.
가끔은 노골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악보를 펼쳐 놓으면 그 위에 드러누워 버리거나, 옆에 와서 애옹애옹 울거나, 저도 연주를 하고 싶은지 악기 줄을 이빨로 뜯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처방법은 숨겨둔 악기가방을 꺼내놓으면 된다. 검은색이라 털이 묻을까 봐 보관에 신경 쓰는 것이지만 도리가 없다.
휴일을 맞아악기 연습을 하기 전에 고양이 스크래처를 손보기로 했다. 고양이들이 발톱으로 긁어서 너덜너덜해진 패드를 바꾸는 일인데, 두꺼운 카펫 조각에 벨크로를 손바느질로 달아야 하는 고된 일이다. 리필도 판매하고 있지만, 비용이 80% 이상 저렴해서시간이 날 땐재단을 해서 직접 만들기도 한다.
고양이들의 여전한 방해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세 시간에 걸친 작업을 완료했다. 재단을 잘못해서 반을 뜯고 다시 하느라 눈물이 났다.그러고 나니 오른손 엄지 뿌리부터 다섯 손가락 손끝까지 통증이 몰려온다.이 상태로 우쿨렐레를 연주해보았는데 줄을 튕길 때마다 찌릿쯔릿 욱신거린다.
한 곡을 연습하고 나니우애옹, 니아옹~ 하며 영역 순찰을 가자고 난리다.에휴, 그래, 순찰은 가야지. 수컷 냥이들이 집안을 한 바퀴 돌며 자기 냄새를 곳곳에 묻히는 일인데 꼭 나를 끼워주려고 한다. 손도 아픈데 호의를 고맙게 받아 오늘은 한 곡으로 연습을 마무리하기로 한다.연습이 부족했다고 뭐라고 하신다면 이렇게 변명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