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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01. 2022

우쿨렐레와 재즈가 만나면

우쿨렐레 입문기 #15


음악을 잘 안 듣는다고 반성문을 썼으니, 조금 더 변명을 하자면 배우고 있는 장르는 안 듣지만 Jazz는 즐겨 듣는다. 우쿨렐레로 재즈를 치기에는 (현 상태로는)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고 선생님과 단념의 웃음을 교환했더랬다. 그런데 집에 와 검색을 해 보니 우쿨렐레 재즈 명곡집도 나와 있고, 전문 연주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재즈 피아노와 퍼커션, 그리고 우쿨렐레가 썩 잘 어울리는 음색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재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끼는 곡들을 풀어 본다. 재즈는 와인과도 잘 맞지만 노동요로도 최고다. 와인만큼이나 재즈도 잘 모르는 상태로 열심히 귀 기울여 모은 플레이리스트에 70여 곡이 있는데, 우선순위에 있는 열 곡 정도는 무한정 들어도 늘 신선한 즐거움과 흥을 준다. 그래서 다른 장르를 더 듣지 않게 되는 것이 함정이다.



플레이리스트 1순위에 있는 곡은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In The Still Of The Night〉이다. 히긴스는 시카고 출신으로 일본 레이블에서 활동했던 재즈 피아니스트다. 한 라디오 PD가 여행과 어울리는 곡으로 추천하기도 한 이 곡은 찬란하게 시작되는 인트로에 속도감 있는 멜로디가 감미롭게 이어진다. 이 곡을 들으면 ‘신나 아침을 시작해 볼까?’라는 활기와 함께 ‘보람찬 하루를 보냈군!’ 하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하루 중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라고 확신한다.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이 곡이 없다.


다음으로 많이 듣는 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Days Of Wine And Roses〉인데 제목처럼 우아하면서 약간은 새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쳇 베이커와 함께 재즈 입문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연주자로 스윙감과 파워가 뛰어났다고 한다. 이 곡에 이어 같은 앨범에 실린 〈Quiet Nights Of Quiet Stars〉도 마이 플레이리스트 3위에 올라 있다.


The Oscar Peterson Trio, 〈WE GET REQUESTS〉


다음 4위부터 10위까지는 한 밴드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퀸텟으로 활동하다 독립한 레드 갈란드의 트리오 앨범 〈All Kinds Of Weather〉이다. 리듬과 멜로디로 계절감이 실감 나게 느껴지는데, 그중 Winter Wonderland는 사뿐사뿐하게 신나는 것이 눈이 오는 풍경을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다. 다른 앨범에 수록된 〈Almost Like Being In Love〉도 빼놓을 수 없다.


Red Galand Trio, 〈All Kinds Of Weather〉


이렇게 환상적인 곡들을 연주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에 적절한 말을 보고야 말았다. 유튜브에 게시된 재즈 우쿨렐레 밴드 트리오의 Barbados라는 곡에 아이디 [세뿅]님이 남긴 댓글이 그것이다. 이거면 된 거 아닐까?


와 인생이 허무하지가 않네요.


| Barbados | Jazz Ukulele Trio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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