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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14. 2022

굳은 버릇, 나쁜 버릇, 이상한 버릇

우쿨렐레 입문기 #16


시험 찍기에도 요령이 있듯이 현악기를 연주할 때도 실수를 최소화하는 요령이 있다. 다른 음은 몰라도 마디의 첫 음은 절대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혼자 하는 연주도 그렇지만 합주를 할 때 그런 음을 틀린다면 다른 연주자와 청중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연주를 즐기기보다는 맞고 틀리는지에 주목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감상에 절대적인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보통 마디가 바뀌면서 코드도 바뀌는데, 왼손 운지를 더듬거리면 당황하고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그래서 시작하는 음을 깔끔하게 내기 위해서는 코드를 미리 바꾸는 습관이 중요하다. 나는 코드를 부드럽게 바꾸는 요령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모든 음을 살려보려고 하다가 두 음을 모두 놓쳤는데, 선생님은 능숙한 연주자도 모든 음을 완벽하게 낼 수는 없다고 했다.



버리는 음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자세다. 직전 코드의 마지막  코드를 잡지 않은 채 개방현으로 치고, 끝까지 코드를 잡고 있을 시간 다음 코드의 자리로 손가락을 미리 이동하기 위함이다. 의식적으로 버리니 코드를 여유 있게 잡을 수 있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새 코드의 음이 깔끔하게 나온다. 신기하게도 마지막 음을 버려도 음색에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화려한 주법보다 이런 디테일이 우쿨렐레 연주를 더 매끄럽게 해 준다.




바꿔야 할 습관은 또 있었다. 코드를 잡는 왼손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어야 안정적인데, 독학하며 제멋대로 배운 나는 팔꿈치가 자꾸 밖으로 뻗치면서 손목도 꺾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려운 코드를 잡을 때는 손가락으로 요가를 하듯 기이한 자세가 된다. 이 코드를 어떻게 이렇게 잡을 수 있냐며 신기해하는 선생님은 지치지 않고 교정을 도와 주었다. 몇 달이 걸린 자세 교정도 이제 자리를 잡아 간다.



다 되었나 싶었을 때 또 새로운 버릇을 들켰다. 손의 어느 부위로 현을 튕기는지에 따라 소리가 다른데, 그동안 나는 다운스트로크를 할 때는 검지 손톱으로, 업스트로크는 검지 피부로 하고 있는 걸 선생님이 발견했다. 손톱 소리는 강하고 진동이 세지만 손가락으로는 부드럽고 작은 소리가 난다. 소리의 결이 일정하려면 연주법도 일정해야 해서 업스트로크를 엄지 손톱으로 바꾸는 연습도 같이 하는 중이다.




이 모든 버릇들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G코드를 잡는 운지법은 내 방식이 편했는데, 선생님은 그것만큼은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고 매번 지적을 했다. 어쩐지 악기를 연주하고 나면 왼쪽 어깨가 저려왔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어디가 아프다는 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부터 자세 교정에 더 신경을 쓰신 모양이다.


알고 보니 그 자세로 인해 손가락뿐만 아니라 팔꿈치의 방향과 전체적인 자세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그랬던 거였다. 그 뒤부터는 버티지 않고 버릇을 버리기로 했다. 좋은 연주란 이렇게 미세한 움직임의 조화와 수없이 많은 교정 뒤따랐을 때 겨우 이를 수 있는 것이었다. 멋모르고 악기와 겨루던 나는 이제 나 자신과 길지만 의미있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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