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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pr 25. 2022

저마다의 음악 취향

우쿨렐레 입문기 #13


레슨 선생님은 기타 전공자이자 작곡가인데 르는 인디(펜던트)추정된다. 간혹 선곡을 논할 때, 내가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선생님이 모르실 때가 있다. 그의 모름에는 왠지 모를 당당함이 다. 자기 세계가 단단한 선생님 앞에선 늘 작아진다. 취향이 확고한 자와 몰취향인 자 사이에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것만 같다. 대중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취향이 없다는 의미도 아닌데.


달리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모든 디자인을 섭렵하는 건 아니다. 웹디자이너인 내게 자꾸 편집 디자인을 요청해서 지긋지긋하지 않았는가. (결국은 반 편집인이 다 되었지만) 진정 부끄러운 것은 선곡을 물을 때 "그냥 선생님이 골라 주세요" 했던 말속에 있다. 권석천 작가는 《사람에 대한 예의》에서  "'그냥'은 자기 세계가 뚜렷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부사"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수다쟁이가 되겠지만 자주 듣는 노래나 치고 싶은 곡이 있냐는 물음에는 늘 머뭇댄다. 그러고 나면 음악적 취향 없음에 반성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곡은 두 차례씩 배웠고, 음악을 들을 시간도 부족하긴 하나 모두 핑계다. 음악을 배우려는 이의 태도가 좋지 않다. 우선 많이 듣는 것이 우선인데.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사유하고 노력하고 단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 많이 먹어보고, 더 많이 듣고, 보고, 감각하고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발생한 것들을 갈고닦아 다시 발현하는 것. 어렵고 지루하고 고단한 일. 하지만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면, 더 좋은 세계를 더 다양하게 살고 싶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해내야 한다.
- [칼럼] 백종원을 믿지 마세요, 오마이뉴스 성지훈 기자


취향이란 무엇일까?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취향이란 미(美)를 판정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는데, 미를 알아보는 거라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할 줄은 몰라도 평가에는 다들 전문가인 것처럼. 아름다움에는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왜 끌리는지 근거를  것이 우리가 말하는 확장된 의미의 취향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취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본 뜻은 '마음이 가는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긴 하나 그것을 '가지려면'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부실한 나의 음악 세계가 부끄러웠던 이유는 실력이나 음악적 교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들으려는 노력이 없어서였다.  그렇듯 잘하고 싶은 욕망과 좌절 사이에서 허우적댄다.


음악에 관해서라면, 특히 우쿨렐레에 있어서 나는 아직 입문자다.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욕망을 조정하는 것이 조금은 더 수월하겠지. 두 가지의 노력을 함께 한다면 만족에 더 가까워질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적당한 취미 생활과 안목을 갖춘 취향의 영역을 일구는 것이 삶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인용한 글 :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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