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라는 악기 이름은 하와이어로 뛰는 벼룩을 의미한다고 한다. 소리가 통통 튀어서 벼룩인가 했는데 줄을 튕기는 손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유래가 말해주듯 양손이 무척 바쁘긴 하지만, 박자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맑은 음을 내려면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반주를 위한 악기였던 우쿨렐레도 주법이 다양화되었고 멜로디와 반주를 동시에 치는 핑거스타일 주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악기 특성상 전반적으로 높은음이다 보니 낮은 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려면 4번 줄 솔(G) 음을 한 옥타브 낮은 Low G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우쿨렐레 줄 교체를 시도하기로 했다. 줄을 바꾸려면 먼저 있던 줄부터 끊어야 하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는 멀쩡한 악기 생명을 끊는 것만 같아 더럭 겁이 났다. 팽팽한 상태에서 잘라버리면 줄이 끊어지면서 할퀼 수도 있어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큰 마음을 먹고 니퍼로 툭, 하고 자르니 쌩쌩하던 악기가 너덜너덜 볼품이 없어진다.
마치 몹쓸 짓을 하는 느낌
어찌어찌 교체를 하고 조율까지 마쳤는데 음정이 계속 떨어지길래 당황했다. 튜닝 페그를 한없이 조여봐도, 끊어지기 직전까지 돌려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진땀을 흘린 뒤에야 줄의 장력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조이는 힘보다 줄이 갖고 있는 힘이 더 센 동안에는 음정이 어긋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나자 줄도 음정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Low G로 바꾸니 가요나 팝 연주가 한결 자연스럽게 들렸다. 음역대를 확보했다면 이제 화려한 주법을 선보일 차례다. 오른손 주법에 대해 선생님은 손을 한 번 내렸다가 올릴 때마다 음표를 소모하는 거라고 표현했다. 박자를 잘게 쪼갤수록, 그러니까 오른손을 많이 움직일수록 연주법이 다양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푸른 밤〉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같은 4/4박자 곡은 만능 주법이라고 불리는 칼립소로 연주한다. 네 박을 한 번씩만 치면 음이 단순해지니 박자를 분할해서 여덟 번기준으로 구성하여 변주하는 것이다.
독학을 할 때부터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에 홀딱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 곡은 칼립소 주법으로도 너무 심심하게 들렸다. 이제 슬로우 고고 주법을 배워 다시 연습중인데, 박자를 열여섯 번 쪼개서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난이도가 높은 만큼 엉망진창이지만 이 곡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나의 대표곡으로 삼을 생각이다. 퍼펙트하게, 멋들어지게!
용기내 보지만~ ♪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
그래 봤자 뜻대로 안돼 침울해하는 내게, 선생님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 어떤 곡을 완벽하게 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곡을 듣든 ‘이 연주법은 이거구나, 그럼 난 이렇게 쳐보겠다’라고 주법을 꿰뚫어 듣는 귀, 그리고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말씀하셨다. 매우 옳은 말씀이었다. 모창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부를 때 울림을 주는 것처럼, 연주도 글쓰기도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하아, 그래도 이 곡만큼은 간절히 흉내 내보고 싶은 걸 어떡한다? 장범준처럼, 흥이 차오르도록!그나저나가사가 어쩜 내 마음과찰떡인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