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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pr 12. 2022

반복되는 패턴 속 클라이맥스를 넘어

우쿨렐레 입문기 #9


우쿨렐레 레슨 시작과 더불어 음악 이론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악보를 읽어내고 화음을 이해하고 싶었고, 어려운 코드가 나오는 곡을 포기하는 대신 아는 코드로 바꿔 칠 수 있는 정도의 기본 지식을 갖추길 원해서였다. 예습을 한다는 뿌듯함과 함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다.


강의는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개념들의 잔치였다. 홑박과 겹박, 장단음계, 조바꿈이 등장했고 겹감음과 증겹음이라는 용어도 혼란스러웠다. 마이너 코드는 메이저 코드의 3도음을 반음 내리고, Aug 코드는 3도음을 반음 올린 증3화음이라고? 살짝 맛본 음악 이론은 재단과 마찬가지로 계산과 기호가 난무하는 수학의 세계였다.



그나마 내가 이해한 것은 음악의 구성 요소 정도였다. 음악이 음의 높낮이(pitch)와 리듬(rhythm), 박자(beat), 음자리표(clef), 박자표(time signature), 마디(bar) 그리고 음표(note)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알아들었다. 복잡한 이 모든 것들이 기호화되어 몇 쪽 악보 안에 그려져 있고, 이걸 보고 소리를 만든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악보는 곡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펼쳐 보여주지 않는다. 두 마디 가량의 모티브코드 몇 개로 패턴을 만들고 순서를 정한다. A-B-A-B’-C-A-B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달세뇨, 코다, 다코다 같은 기호가 다음 차례를 안내한다. 결국 반복되는 패턴 사이에 변주되는 한두 마디가 곡에 개성을 부여하고 극적인 감흥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음정의 기본 단위가 되는 온음과 반음의 구성과 배열 관계가 음악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비슷한 패턴 에서 살아가고, 잠깐의 클라이맥스를 지나 다시 평온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삶과 닮아 있다. 관계에 의해 순간순간 기분에 영향을 받고, 관계를 통해 삶을 풍성하게도 쓸쓸하게도 느끼는 것 또한 우리들의 일상과 음악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 한 장 있으면 무엇을 가리키는 지시성이 크지만, 같은 그림이 여러 장 규칙적으로 배열되면 그림의 지시성은 사라지고 뭔가를 상징하는 의미성이 강해져 무늬가 됩니다.  

리듬은 반복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일상은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생겨나지요. 반복되는 것이 습관을 만드는 것처럼.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타력이 붙어 관습화하면 그것의 의미를 삭제한다는 점입니다.

- 오종우,《예술 수업》 중에서


오종우 작가는 의미란 반복으로 생성되었다가 또한 그로 인해 지워질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지만, 반복이 없다면 어떨까? 늘 다른 패턴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 역시 무의미의 나열이 되거나 적응하다 지쳐버릴지 모른다. 라이맥스만 지속되어 늘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면 모든 게 지루하게 느껴질테고.


잔잔하게   마디, 두 마디 박자대로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만의 무드로 고유한 무늬만들어내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리고 그렇게 일상을 살아내다 빛나는 어떤 순간을 맞이하고, 정점을 지나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까지가 우리가 ‘행복’이라고 정의하는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금은 지칠 때도 있지만, 오늘 아침은 씩씩하게 반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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