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반려식물로 확대되더니 반려돌까지 맞이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려돌도 어찌나 귀엽게 생겼는지 보들보들하고 둥글납작한게 그립감도좋아 보인다(대단한 돌팔이들이다).여기저기서익숙해져서인지 반려악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생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대표주자가 우쿨렐레라는 기사를 본 뒤 사랑받는 여러 우쿨렐레들을 떠올려 보고는 괜히 흐뭇해졌다.
반려는 짝반(伴)에 짝려(侶) 자를 쓴다. 동어반복 속에서 어색함과 더불어 절실함이 느껴진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짝이 되는 벗’, ‘단짝 친구’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1인 가구가 많아져서일까,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나 동물 대신 물건을 친구로 삼는다는 게 어쩐지 쓸쓸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또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감정을 나누는 게 꼭 쌍방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니까, 사랑을 주기만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느껴지니까.
우쿨렐레 말고도 하모니카나 칼림바, 오카리나 등이 반려 악기로 인기가 많다는데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크기가 크지 않아 휴대가 편하다는 점이다. 한 덩치 하는 악기들은 운동기구와 함께 먼지받이가 되기 쉽지만, 크기가 작아 부담 없이 자주 꺼낼 수 있고 수납도 되니 먼지쌓일 걱정은 덜어도 된다. 게다가 배우기도 쉽고 소리도 시끄럽지 않아 공동주택에서 연주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악기가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접촉과 반응이라는 특성 때문일 테다. 누르고 쓸어내리고 입술을 대면서 접촉을 하고, 그 섬세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소리로 반응하니까. 선생님의 이론을 듣느라 잠시 연주를 쉴 때도 자연스럽게 우쿨렐레를 두 팔로 끌어안는 자세가 된다. 연주자는 악기에 익숙해져야 하고, 악기도 연주자의 손길에 의해 달라지면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가 된다.
나무로 만든 울림통을 돌아 나오는 소리는 감정을 정화한다.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 종일 보는 감각 위주로 사용하던 피로감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직장인 마인드가 로그오프 되고 친구를 만날 때처럼 말랑말랑한 기분이 로그인한다.이런 친근감 때문에 반려악기라고 하는구나 싶다.
연주할 때 가족들은 대개 별 반응이 없다. 매일 연습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곡이 바뀌든, 조금 시끄럽든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내가 연주를 하고 있지 않은데 어디선가 연습곡이 들려올 때가 있다. 가족들이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로 내 연습곡을 흥얼거리는 소리였다. 어느새 가족들도 음악에, 악기 소리에, 볼품없는 연주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