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 레슨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2주에 한 곡씩 배웠으니 30여 곡을 소화한 셈이다. 수업은 지난주에 배운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둥, 숙제 검사다. 어느 날은 갑작스러운 주문이 떨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배운 곡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곡을 쳐볼까요?”
아아, 그러지 마세요 선생님....
어이없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연습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 곡이나 덜한 곡이나 연주 실력은 엇비슷하다. 이 말은 곧 편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일정하게 못 한다는 말이다. 어깨에 쥐가 나도록 연습했던 곡이 잘 안 될 때는 정말이지 속상해서 한숨을 폭폭 쉰다. 집에서는 이 모양까진 아니었다고, 너무 연주가 안된다고 할 때마다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말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이 더 서운하게 들린다. 억울한 이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우쿨렐레는 예민하다. 어떤 날은 소리가 맑다가 다음 날은 같은 세기로 줄을 튕겨도 탱탱 불거지며 둔탁한 소리를 내는데, 고약하게도 집에서는 말을 잘 듣던 녀석이 레슨실에서는 지지리 말을 안 듣는 거다. 나무로 만든 악기가 습도에 민감하다는 건 들어 알고 있지만, 계절의 차이도 아니고 어제오늘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입문용 악기라는 걸 감안해도 이건 좀 심하다. 공간의 영향이라기엔 연습실에서 더 잘 되어야 할 텐데.
진도가 좀 빠른 편이긴 하다. 선생님도 지도 일지를 원장님에게 제출해야 하기에 한 곡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곤 한다. 한 곡에만 매달린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어서 그 주차에 배운 곡 위주로 연습하고 지난 곡들은 가끔만 하게 되니 자신 있게 내세울 곡이 없는 거다.
환경 탓은 이쯤 해 두고, 이제 내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내 손이 참 작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고 코드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음색이 깔끔하지 못하다. 하지만 어린이들도 더 큰 기타를 배우는 데 전혀 문제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손 작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몸이 덜 풀려서 연주가 형편없는 걸지도 모른다. 퇴근 후 서둘러 연습실에 도착하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연주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손을 좀 풀어주고 숙제 검사를 받으려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15분 일찍 가서 연습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찍 도착할 때마다 마주친 선생님이 바로 수업을 시작하자고 하시는 거다. 내 수업이 끝나면 퇴근이시라 선생님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레슨 전 연습은 포기해야 했다.
사실 연주가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긴장하는 탓이다. 긴장이나 압박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만이 아니라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잘하고 싶다면 그만큼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요즘 하루 연습 시간으로 10분에서 30분 정도밖에 낼 수 없다. 곡의 선호도에 따라서도 자꾸 연습하고 싶은 곡이 있고, 내가 악기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지워버리는 곡도 있다. 그럴 때면 일주일을 다 보내고 수업 전날에야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적은 연습량에 비해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내는, 비뚤어진 마음이 고스란히 연주에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공연이라면 어떨까. 나와 같은 연주자라면 무대를 제대로 망치고 말 것이다. 선생님은 속상해하는 내게 프로나 아마추어나, 무대에서든 연습실에서든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100%를 보여주고 싶다면 130%를 준비해야 해요.
파도처럼 넘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갈되는 의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다. '1년이나 배웠는데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은 마음에 의욕도 떨어지고 레슨비가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부터는 이대로 그만둘 수 없게 되었다. 내 악기와 관계를 맺는 자체에 즐거움이 배어 있다는 것도 느꼈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몰입하는 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긴장도 풀릴 수 있겠지? 다음 레슨 때는 떨지 말고 당당하게 못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