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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pr 06. 2022

음악은 시간과 맞물린 예술

우쿨렐레 입문기 #7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자주 지적을 받은 것이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쉬운 곳은 빨리 치고, 어려운 곳은 더듬거리느라 멈추거나 자꾸 느려지게 된다. 이렇게 불규칙한 연주가 되지 않도록 어려운 부분을 기준으로 삼아 천천히 연주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각자 속도가 다르고 원한다면 빨리 할 수도 있지만 음악은 다르다. 음악은 철저한 시간예술이다.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정해진 시간에 소리를 내고 그치는 일정한 패턴을 따라야 한다. 그러한 규칙 안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자율성이 허용된다.



공간은 느낄 수 있고 제한적이고 사라지지 않는 반면, 시간은 보이지도 않고 한계도 알 수 없으며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공간은 비용의 문제도 있기에 적절하게 활용하고자  고민지만 시간은 어떨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제대로 알차게 채우고 있는 것일까?


숫자로 환산된 시간을 기준으로 빈틈없이 아껴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중첩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린 늘 무언가를 동시에 한다. 밥을 먹으며 TV를 보고, 일을 하는 중에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21 세기인의 자아는 둘로 나뉘어 있다. 현실 자아와 디지털 자아, 한계적 자아와 확장된 도구로서의 자아. 그 둘이 쪼개지지 않는 잠의 영역만이 복구와 회복의 시간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요즘 사람들에게 디지털 자아인 휴대폰 없이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나에게는 한 주에 한 번 그런 시간이 온다. 한 주가 168시간이니 그 168일 만큼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다. 이건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큼이나 비용을 지불하기에 아깝지 않은 경험이다. 특별하고 귀한 시간이어서인지 배운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이 한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이 시간은 주로 학생인 나의 서 연주가 채워 가지만, 가끔은 숙련된 음악인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연주하는 공연 시간 되기도 한다. 지인들이 알려달라는 통에 수도 없이 연주해야 했다는 '황혼 Twilight'은 황홀했다. 선생님의 연주는 어찌나 현란하면서 유연하고, 거침없으면서도 부드러운지. 그의 연주에는 그가 공들여 쌓아 온 시간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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