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 레슨을 받는 곳은 실용음악학원이다. 보컬부터 드럼까지 여러 과목과 입시반, 취미반이 있어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보통 연습실로 바로 들어가는 터라 마주칠 겨를이 없지만, 한 어르신은 눈빛으로도 반가움을 표현하시기에 뵈면 인사를 드린다.
어느 날은 뭘 배우느냐고 물으셔서 답해 드렸더니 어르신은 드럼을 배우신다고 한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도, 심지어 나에게도 일찍 시작해서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보기에는 어르신의 연세에 드럼을 배우시는 모습도 보기 좋은데.
수영을 배울 때도 어르신들께서 나이를 묻고는 "좋다, 참 좋을 때다"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면 나이는 늘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다. 아니, 우리가 나이에 얽매여 있는 거다. 학생 때는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고, 스물다섯만 되어도 꺾어진 50 타령을 시작하는 걸 보면. 이렇게 나이에 연연하니 친구를 삼을 수 있는 폭도 좁아진다.
재봉을 배우기로 마음먹기 전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고 시간 여유도 없어서 퇴사 후에 배워야 할까 고민하던 내게 교육을 추천해 준 지인이 하신 말씀이 있다.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미루지 말라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은 나를 완벽히 설득했고 이후로도 내내 가슴속 어느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그 이후로 어떤 일을 배우거나 시작할 때는 시기나 나이를 전제로 생각하는 버릇을 버리기로 했다. 삶의 궤적은 모두 다르므로, 무엇을 하기에 좋은 나이는 없다. 나에게는 지금이 딱 적당한 시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춤을 출 용기도 나고, 서핑을 배워 보겠다는 욕구도 강해진다. 지금보다 더 커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꿈도 버릴 수 없다.
이와는 다르게 나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도 분명 있다. 겨우 적응되나 싶으면 그새 바뀌는 통에 언젠가부터 내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낯설지만, 세상에 유일하게 평등한 것은 시간이고, 언제까지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건 욕심이다.
생기와 에너지는 줄어들겠지만 멀리 보는 안목으로 생각의 품을 키우고 욕심을 덜어내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우쿨렐레를 연습하며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도 함께 해 보자. 새겨 두었던 현기영 작가의 말을 꺼내어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