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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11. 2022

이덕무를 살게 했던 책 그리고 벗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

《책만 보는 바보》는 18세기 조선 영·정조 시대의 북학파 실학자였던 이덕무와 친구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자서전인 《간서치전》에서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했던 의 삶이 궁금해져 몇 권의 책을 더 찾아본 소감은 이덕무라는 걸출한 문장가를 발견한 기쁨이었다. 마침 작가와의 만남에도 참여할 기회가 닿아, 안소영 작가님께서 제시한  제시한 '시대', '책' 그리고 '벗'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이덕무의 삶을 살펴보았다.




이덕무는 2만여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서 문집을 엮은 문인이다. 이덕무가 책을 각별히 아꼈던 연유와 자신을 바보라고 칭한 까닭은 할 수 있는 일이 책 보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서자로 떳떳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없고, 반쪽짜리 양반이라 상공업도 할 수 없는 처지였으니 양반도 평민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가장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그러나 이덕무는 좌절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안소영 작가는 ‘책읽기는 활자와 시각이 만나는 단순한 행위이지만, 그로 인해 복합적인 인식이 생성’된다고 말했다. 이덕무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써 자아를 발견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었을 게다. 책은 절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책은 친구이자 선생이며 깊고 고요한 안식처이므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고자, 또는 답이 나오지 않아 그는 그렇게도 많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닐까. 그가 쓴 《이목구심서》에서는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으로 책 읽기를 권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들어오는 문틈새를 책으로 막고, 이불 대신 책을 덮기도 했다는 일화나온다. 가난한 선비의 처절한 책 사랑이자 활용이었다.




다행히도 이덕무가 살았던 18세기는 ‘위대한 백년’이라 불리는 조선의 문예 부흥기였다. 정조가 다스리는 가능성의 시대였기에 이덕무를 포함한 북학파 실학자들도 등용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진경 시대’로, 그림이나 학문에서도 이상이 아닌 현실을 다루는 시대였다. 이덕무는 말똥구리, 박쥐, 양계, 농사에 관한 글을 썼고 이서구는 앵무새, 유득공은 비둘기, 정약전은 바다 생물을 소재로 글을 썼다.


그러나 이덕무의 글은 당시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1792년에는 개성적인 문체 유행을 금지하는 ‘문체반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학이 번성했음에도 중국과는 달리 조선은 여전히 ‘사농공상’을 차별하는 사회였다. 박지원과 박제가는 조선 사회의 편협함을 한탄했다. 정조가 죽은 후 실학자와 천주교도들은 박해를 받아 정약용이 귀양을 가고, 조선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근대로 들어서며 지식의 갈래가 나뉘었다가 융합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고 통합을 외치고 있는데 반해, 이덕무와 친구들은 당시에도 지식의 여러 갈래를 통합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덕무는 백과사전적 지식을 풀어쓴 박물학과 생물학에 정통했고 박지원은 문학, 홍대용은 천문학, 박제가는 사회개혁, 유득공은 역사학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달빛 아래에서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는 아마도 ‘지식의 향연’과도 같았으리라 추측해 본다. 이덕무와 친구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에 오히려 이해관계 없이 교류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사회로 마음껏 나아가지 못해 답답한 삶이었으되 우정이라는 관점에서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존경하는 스승을 두었으므로 충만한 삶이 아니었을까.

안소영 작가는 ‘인간이 제도의 껍질을 깨고 진정한 사귐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 사귐에 관해서는 《고슴도치의 우아함》과 《스토너》에서 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이야기 모두 책과 문학이 매개가 된다. 시대는 변화했으나 '인간은 과연 행복해졌는가'라는 작가의 질문에도 선뜻 답을 하기 어려웠다. 책을 읽으며 이덕무를 살아 보고, 스토너의 삶을 따라가고,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말도 들어 보며 답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책 정보 :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보림출판사 펴냄

함께 읽은 책 : 《문장의 온도》 이덕무, 한정주 엮음, 다산초당 펴냄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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