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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12. 2022

직접 만든 옷처럼 엉성하다 해도

나에게 글쓰기란 나다움의 조각


오랜만에 직접 만든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했다. 이 옷을 만들 때 참 고생했던 생각이 난다. 디자인을 선정한 다음 본을 만들 장에 가서 겉감과 속감, 단추를 고르는 까지 직접 했다. 치마폭은 얼마만큼 퍼지게 할 것인지, 소매는 손목 밑 어느 정도로 내려오게 할 것인 모두 내가 정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계산했으나 박고 뜯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될는지 도무지 자신할 수 없었다.

세 달이 넘도록 매달린 끝에 외출복 모양을 갖추었을  온 동네에 떠벌리고 싶었다. 심지어 겉에서는 만든 옷이라는 티도 크게 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옷 예쁘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굳이 내가 만들었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 벅찬 감정을 가능한 길게 느끼고 싶서였다.



이 옷은 그냥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맞춤옷이내게 딱 들어맞는다. 어깨 품이나 허리도 크지 않고, 팔 길이도 너무 길어 접거나 할 필요가 없으며 길이감도 무릎 언저리에서 딱 떨어진다. 도톰한 속치마를 해 넣어서 정전기가 일지 않아 걸을 때마다 달라붙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고, 흔한 디자인이지만 직접 제작한 노고 담긴 만큼 특별했다.




뉴스 매체나 포털 웹, 유튜브, SNS를 접하지 않은 지 한두 해쯤 되다. 가끔 칼럼이나 연주 영상 등 필요한 만 찾아 다. 이런 곳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없는지 스크롤을 놀리게 되는 게 싫어서다. 그러다보면 내 시간도 훌쩍 날아가버린다. 간혹 점심시간 대화에서 나만 모르는 화제가 돌기도 하지만, 중요한 뉴스는 누군가를 통해 어떻게든 건너오니까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지금껏 글에 대해 소비자였던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고부터 생산 하기 시작했다. 회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매일 발행을 해 보기도 했지만, 내 이름으로 글이란 걸 발행하는 경험처음이라서 옷을 만들어 입었던 그때 그 느낌이 난다. 콘텐츠를 생산해 본 자는 알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품이 드는지. 간혹 쉽게 만들어진 것 같은 콘텐츠는 대개 그만큼 빠르게 잊힌다.


3월 17일에 브런치팀의 메일을 받고 흥분해서 당일에 여섯 개의 글을 발행해버렸다. 그 뒤로는 매일 한 편씩  발행해서 두 달이 조금 못된 지금 예순여덟 편의 글이 나왔다. 입원했을 때도 글 발행을 건너뛰지 않은 것처럼, 당분간은 매일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기 전까지는, 생각은 멈춤이 없으니까.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저 나는 그런 생각들을 그러모아 재단하고 자르고 붙인 뒤 곱게 다림질을 하면 된다.



브런치 작가들 한 번씩 경험해 본 일을 나도 겪었다. 어떤 글이 조회수가 폭증해서 일만이라는 숫자를 넘긴 것이다. 미리 학습을 해서인지 그런 알림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저 조금 불편했다. 대단치않은 글이지만 심심풀이용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그보다는 브런치 안에서 어떤 분께 찰나의 시간이라도 살며시 가 닿는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매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고 가치를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해 입은 옷처럼 내 글은 내게는 모두 의미가 있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 그 과정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가끔 나라는 한계 범위를 넘어 타자에게 공감을 받을 때, 때때로 웃음까지 전달했을 때, 그 한 사람의 타자와 내가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때 쓰고 싶은 열망은 더 간절해진다. 오늘도 누군가 옷에 대해 말을 걸어오면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이 옷은 내가 직접 만든 이라고.


어긋나버린 허리선은 아무도 모를 거야... 그래도 엉엉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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