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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17. 2022

매일의 책 읽기에 딱 좋은 시간과 장소

나의 독서 루틴


책이란?
너무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동안 책에 대한 내 정의도 이러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땐 다른 관심사도 너무 많았고 도서관은 너무 멀었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학교가 넓어 도서관에 가려면 학내 셔틀버스를 타야 서 접근성이 떨어졌다.


육아 우울로부터 시작해서 독서경영을 진행하는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는 책 속으로 도망쳤고, 그 속에서 유영하고 치유를 받은 뒤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책과 세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지금 책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린다면 ‘반드시 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것'이라는 단어는 치유와 더불어 배움, 휴식, 각성, 반성, 전복, 우주, 친구, 눈물, 타자 등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지금은 회사에 도서관이 있어서 많은 책을 오래 빌릴 수 있고, 얼마 전에는 도서관 맞은편 집으로 이사 왔다. 이 기분은 넓고 세련된 신축 아파트에 당첨된 것 못지않게 풍요롭다. 사실 당첨된 적이 없이 모르고, 그다지 바라지도 않는다. 거기에 전자책 앱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전자책이 편리하긴 해도 종이책을 선호한다. 도 엄연한 서평 항목이고 재질도 독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끈(가름끈)이 있는 책도 좋다. 종이 느낌에 매혹된 책으로는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문고판이 있다. 방대한 페이지를 작은 크기의 책에 모두 담기 위해 텍스트는 성경책 같은 얇은 종이에, 그림은 두꺼운 종이에 따로 담았으며 각각을 위한 두 개의 책끈이 달린 흔치 않은 책이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장소는 지하철이다. 차로 출퇴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책을 읽지 못한다. 롱 면허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분들도 늘고 있지만 내 감정의 흐름으로 직접 읽는 좋다. 30분 정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으니, 왕복으로 매일 한 시간씩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도로는 50쪽 정도를 읽게 되므로, 남은 분량을 감안해서 끊기지 않도록 다음 책을 미리 준비한다. 그러다 보면 짐이 많아져서 가방이 꼭 필요한데, 나에게 책이 안 들어가는 가방은 가방이 아니다. 결혼식과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 미니백이나 클러치 대신 언제 어디서든 에코백을 든다.


에코백에 매달린 나의 아이덴티티

회사에 도착하면 업무 시작 전까지 한 시간쯤 여유가 생긴다. 읽던 책에 표시해 둔 구절을 메모장에 옮기거나 들고 다닐 수 없는 책을 읽는 시간이다. 600페이지쯤은 무거워도 거뜬히 들고 다니며 읽고, 그 이상 되는 두꺼운 책이 그 대상이다. 언제까지 다 읽겠다고 목표하기보다는 하루에 15분씩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다 읽게 된다.


호흡이 긴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읽은 책이 《서양 미술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코스모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등이다. 가독성만 나쁘지 않다면 아무리 두꺼워도 도전이 두렵지 않다. 점심에 후배와 도시락을 빨리 먹고 서사문학서로서의 성경 읽기도 도전했는데, 아쉽게도 창세기에 그치고 말았다.

 



하루의 마지막 독서 시간은 잠들기 직전 30분에서 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도 집중이 잘 되고 읽다 보면 잠도 잘 온다. 주말 아침이면 이른 시간 눈뜨자마자 책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 무척 보람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하는데, 그런 날은 대개 낮잠으로 루를 날린다. 특히 월요일 전날 밤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밤잠이 안 오고, 새벽까지 책을 읽다가 컨디션이 깨져 버린다. 이 글도 그런 깨진 시간 속에서 쓰고 있다.



이 책을 덮고 저 책을 펼치는 순간을 좋아한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풀쩍 뛰어들어야 한다.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얼마간 어렵 빠져나오는 것은 더 쉽지 않지만, 적응력을 길러주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온갖 소음들 옆 사람의 블루투스에서 삐져나오는 쿵짝소리 속에서 집중이 필요한데, 그런 상황이 오히려 몰입하는 연습의 장어준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렇게 시콜콜 끝도 없이 수다를 늘어놓게 되는 나다. 어쩔 수 없다. 말보다 글이 좋은 이유는 억지로 듣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라 읽는 자유를 당신에게 줄 수 있어 좋다. 경청과 토론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더 좋지 아니한가.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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