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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23. 2022

글쓰기와 요리의 공통점

꾸준히 하고 싶은 두 가지


글쓰기를 때때로 요리에 견주어본다. 언뜻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행위 우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점에서 같다. 이 두 영역에서 좌절도 많이 겪었음에도 놓고 싶지 않기에 고민해 본다. 질을 이해하면 조금 더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감칠맛이 나는 글, 씹으면 씹을수록 연의 맛이 우러나는 글을 쓰고 싶어서다.




첫째, 재료 선정이 중요하다.

주 재료는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워야 한다. 제철 음식이나 근래에 회자되는 이슈라면 더 좋다. 이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씻고 썰고 버무리거나 구워삶는다. 가니시도 필요하지만 주 재료를 넘어서서는 안 되고, 적절히 배합해서 조화시키면서 주 재료를 돋보이게 해 주어야 한다.


둘째, 순서도 중요하다.

요리에는 지켜야 할 순서가 있다. 기름에 튀기기 전에 재료를 씻고 튀김옷을 입혀야 하고, 팬에 재료를 볶기 전에 기름을 넣고 달궈야 한다. 글에도 형식과 순서가 있다. 기승전결이 아니더라도 점층적으로 진행되다가 수렴되던지 서론, 본론, 결론이 순서대로 와야 한다.



째, 대상이 있어야 한다.

혼자 읽는 일기를 굳이 글쓰기라고 명명하지 않는 것처럼, 혼자 먹는 밥을 요리로 여기지 않는다. 네이버 사전에서 요리를 검색하니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진정 자신과 요리를 사랑해서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혼자 먹을 밥에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글쓰기도 그러하다. 나만 볼 일기를 형식을 갖추고 기승전결에 맞춰 쓰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내가 정성을 들여 지은 음식과 글을 맛보도록 준비하는 것이 유사하다.


째, 나만의 레시피와 손맛이 있어야 한다.

후추나 겨자로 촌철살인 같은 매운맛을 첨가해도 좋고, 새콤달콤한 재미를 넣은 가벼운 맛도 좋다. 양념도 살짝 쳐야 맛이 살아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흔한 재료를 여러 곳에서 다루기 때문에 나만의 레시피로 맛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레시피란 고유한 이야기이며, 손맛이란 나의 문체와 같다. 누구든지 만들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은 끼니 때우기인 것처럼, 문체가 드러나지 않거나 구체적인 경험이 빠진 글은 읽고 나서 여운이 없다.



다섯째,  길게 준비하고 짧게 소비된다.

글쓰기는 준비 과정이 길다. 책 한 권을 쓰려면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지만 읽는 데는 며칠에서 몇 시간 안에도 가능하다. 브런치에서 글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릴 때도 있다. 하긴 대충 읽지 않으려 해도 금방 읽게 되긴 하더라. 요리도 마찬가지다. 메뉴 구상부터 장보기와 조리까지 많은 품이 드는 데 비해 음식을 먹는 행위는 10분에서 한두 시간쯤 되려나. 이런 시간차 때문에 글쓰기와 요리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



여섯째, 평가받을 운명이다.

글쓰기에는 독자가 있어야 하고, 평이 뒤따른다. 누가 읽었는지도 모르고 평가도 없는 글쓰기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긍정적인 평가는 글쓰기의 동력이 되고, 부정적이지만 날카로운 평가는 약이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매일 하는 집밥도 이번엔 좀 어떠냐고 늘 묻고 싶고, 그 대답이 “괜찮네”일 때는 성의 없음에 실망한다. “싱겁다, 짜다”와 같은 평가에도 쉽게 마음이 상한다. 글에서도 요리에서도,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았는지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같다.



일곱째, 미와 건강을 동시에 추구한다.

음식은 건강을 지키고 맛을 탐닉하기 위한 행위다. 맛은 있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즐겨 먹을 수는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글도 다르지 않은 것이, 아름다우면서 정신을 고양시키는 글을 원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글이 되거나 지루한 글이 되니까. 두 행위 모두 우리의 내면을 채워 주지만,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되지 않은 요리와 글은 소비되기 어렵다.




요리 분야에 대가와 미식가가 있다면 글쓰기에는 문장가와 애독자가 있다. 요리에서는 소박한 요리사와 미식가가 되고 싶고, 읽고 쓰기는 두 입장을 왕성하게 왕래하며 애독자이자 문장가가 되고 싶다. 미식가와 애독자로 살면 편할 것을, 굳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글을 쓰고 있다. 늘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고된 과정들을 통과해내고 완성한 한 그릇을 정갈하게 내놓았을 때의 기쁨을 알고 있어서다. 그러니 조금 더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고, 이웃들이 쓰신 글을 찬찬히 읽어보려고 한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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