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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09. 2023

공부하며 배운 것

강의 주제를 배우는 것은 덤


흔하디 흔한 대중적 취향을 기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나는 특히 독서에 있어서는 남다른 책을 읽고 싶은 경향이 크다. 그래서 일반 책은 베스트셀러만 빼고 읽고 그림책은 좋다고 정평이 나 있거나 꼭 읽어봐야 한다고 평가되는 그림책을 기필코 기피해 버리는 성향이 있다.


5년째 그림책을 읽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1년 남짓. 그림책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그림책 큐레이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나만큼 그림책 많이 아는 사람 없을 거야.’라는 오만한 마음이 있었다. 큐레이션 과정을 공부할 때도 고전 그림책들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는 선생님의 강조가 있었지만 자만으로 가득 찬 마음은 그 말을 소리로 흘려버렸다. 신간 그림책이 얼마나 많이 쏟아지는데, 낡은 책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가을 학기부터 그림책 전문가 과정 수업에 들어갔다.


큰 코를 다쳤다. 나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문자만 읽어 냈을 뿐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 서사와 글과 그림 사이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힘은 하나도 없었다. 과제물을 발표할 때마다 교수님께 혹평을 받았다. 식은땀과 민망함을 덤으로 받은 채 나란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자만하며 살았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발견한 채 혼돈의 가을 학기를 마무리하고 겨울 학기가 시작된 요즘. 오늘 참여한 강의에서 또 한 번 후회가 몰려왔다. 여기저기서 추천이 많이 되어 일단 걸렀던 그림책이 오늘 수업에 쓰였다. 지난주에 살까 말까, 미리 읽을까 고민 끝에 수업 때 교수님이 읽어주는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강의에 임했다.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면서 또 행동하지 않았고 그 어리석음은 도끼가 되어 발등을 아프게 찍어버렸다.


‘너네는 이런 책 모르지?’ 라며 그저 아는 채하기 좋아하는 한량이는 전문가란 남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환기 시켜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재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부랴 부랴 그림책계의 고전이라 일컫는 작가들의 책을 사고 빌려 읽어보지만 몇 년이란 시간 동안 반복해서 읽은 분들과 실력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 거들먹거리던 마음과 이별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겸손한 자세로 배움에 임해야 한다.


그림책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은 덤이고 오만한 자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는 인생을 새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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