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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13. 2023

친구가 생겼어요

나이는 숫자일 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포근한 날씨. 학교 도서관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쏟아지는 책 속에서 몸이 많이 고단했는데 석 달로 접어드니 맷집이 제법 생겼다. 아이들이 모여드는 시간과 잠잠해지는 시간 그 사이사이 간식도 먹고 함께하는 언니와 수다도 떨며 수백 권 책과 사투를 벌이는 시간을 버티는 맷집.


대출 기한이 일주일인 만큼 금요일에 빌려간 책은 보통 금요일에 반납을 하고 다시 대출하기 때문에 금요일에 오는 아이들이 고정적이다. 서로 익숙해지니 그 아이들과 나 사이 우정도 생겼다. 특히 금요일 하교 시간 한가한 도서관에 들르는 아이들과는 이야기 나눌 시간이 많다. (도서 인증제를 위한 대출도 이 시간에 가장 열심히 한다. 두 권 빌려 읽고 반납하고 또 두 권 빌리고. 이렇게 12권씩 대출 실적을 올리고 가는 아이들이 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이 끝나고 석이 욱이 윤이가 왔다. 아이들은 책 정리가 끝나 숨 돌리는 나를 재빨리 인지하고는 카드를 들이밀었다. 마술을 보여준다나. 처음엔 윤이 나보고 카드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 카드를 보고 안 보이게 달라고 한다. 섞는다. 그 카드 중 하나를 뽑아 보인다. 내가 뽑았던 스페이드 나인. 이어 욱이가 카드를 6장씩 3줄로 놨다. 눈으로 카드 하나를 점지하라고 한다. 곧 카드를 싹 걷더니 다시 내려놓으며 이 줄에 점지한 카드가 있냐고 물었다. 한 번 더 묻더니 뽑은 카드 하트 에이스. 내가 눈으로 점지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감탄하며 ‘욱이님 윤이님은 00 초등학교가 아니라 호그와트에 다니는군요!‘ 라고 했더니 그건 아니란다. 자기 다니는 학교는 00 학교가 맞다나. 아니 호그와트 다니면 안 되나?? 녀석들 하여간 허세가 하늘을 찌르다가도 추켜 세워 하늘에 띄우면 제 발로 땅에 내려온다. 도서관은 조용히 해야 하는데 오늘도 내가 제일 떠들었다. 책은 덤이고 친구가 생겨서 정말 좋은 사서 봉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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