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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18. 2023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꿈

마음 창고 속 관계의 부담이란 짐을 정리하며

혼자 씹는 고독만큼이나 왁자지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만남 뒤에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한 가지 감정은 찜찜함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감이 전혀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니까’를 상기하며 집중을 노력한다. 기계적인 반응과 상대가 듣기 원하는 좋은 말을 골라하게 된다. 한 시간의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속 시원한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가 봉변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드러내도 좋을 법한 이야기만 골라서 하게 된다. 그럼에도 항상 뭔가 찜찜하다. 혹시 그 마저도 마음이 상했을까 싶어서. 은연중에 반감이 드러났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런 날은 마음 창고에 부담의 짐이 켜켜이 쌓인다.


주로 그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험담. 자신의 남편, 시댁, 아이들. 심지어 자신이 운동삼아 다니는 댄스 학원 선생님의 험담까지. 모든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그들은 울분을 토할 때가 많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자기 남편이 아침밥을 먹고 싶은데 국과 밥만 준비해 달라는 이야기를 해서 싸웠다는 이야기다. 차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칠첩 반찬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전날 국을 사다 놔주면 밥은 밥솥이 해 줄 테니 ‘내가 챙겨 먹고 갈게.’라고 이야기 한 남편을 욕했다. 더 보태거나 왜곡된 내용 없이 딱 저 이유로 식모인 줄 안다고 분노하고 있었다. (항상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다 먹는 집이었다. ) 사랑이 전혀 없냐 묻고 싶었지만 사는 게 많이 힘든 가 싶어 고민하며 대답하고 반응해 줬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오는 날이면 마음에 부담만 한가득이다. 무게를 이기기 힘들 때는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쏟아내 보지만 남자들이 다 그렇듯 만나지 말라는 결론이나 내놓는다. 마음도 무거운데 목구멍이 퍽퍽한 밤 고구마 한 덩이로 콱 막혀 버린다. 난들 그런 해답을 몰라서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의 짐을 좀 빼고 싶어 그런 것뿐인데 그런 말을 들으며 느꼈던 나의 곤란했던 감정을 웃음으로 대충 공감하고 식상한 답이나 내놓다니.


이렇게 부담이란 무거운 짐이 쌓이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이 짐이 쑥 빠지는 날이 있다. 방금 목욕탕에서 나온 기분,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기분,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기분. 마음의 짐을 빼주는 사람들은 경직되어 있거나 남을 탓하지 않는다. 때로 나에게 단호한 충언을 주지만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빈정거림이 아니라 해답이 될 만한 지혜의 말을 준다. 자신의 삶에 사랑이 충만하니 기쁜 일 즐거운 일 슬픈 일 힘든 일에 함께 공감해 준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날에는 이 말해도 될까? 저 말해도 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창고에 쌓여 있던 짐들이 술술 빠져나간다.


마음의 짐을 빼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는 것 이었다. 그 사랑이 충만한 용기와 냉철한 판단, 유쾌한 유머와 따뜻한 진심을 만들어내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나도 나에게 애정을 쏟아야지. 그 사랑이 범람하여 주변 사람들의 삶이 반짝 반짝 빛나도록 행복을 도모하는 사람으로 나이 듦이 꿈이다. 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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