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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19. 2023

한글이 좋아

이오덕 선생님의 수필집을 읽다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나무처럼 산처럼_이오덕 저


글을 쓸 때 진실되게 쓰기를 노력하는 나를 응원해 주시는 문장 같다. 이오덕 선생님의 수필집 [나무처럼 산처럼]을 읽으며 다정하고 따뜻한 박완서 님과는 다른, 힘이 느껴진다. 수필도 쓰려면 이 정도 힘은 있어야 하는구나 감탄하며 읽고 있다.


선생님은 평생 교직에 계시며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것에 애를 많이 쓰셨다고 한다. 그런 고민이 선생님의 수필집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평소 흔하게 쓰는 ‘화장실’ 이란 단어도 그 단어가 용변을 보는 행위를 포함치 않아서, ‘해우소’라는 말은 어려운 불교 용어라서 ‘변소’라고 쓰겠다는 문장을 첫 번째 수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절 정도 읽었지만 ‘컴퓨터’라는 단어 정도만 쓰였을 뿐, 외래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가 글을 쓸 때도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외래어, 외국어를 최대한 배제하며 쓰는 부분, 어려운 한자어는 뜻을 풀어쓰는 부분이다. 물론 팍팍 넣어 쓰면 글은 더 쉽게 풀릴 것 같다. 하지만 스탠스, 바이브, 내적 성찰, 피해 의식 등 글을 쓸 때 떠오른 이런 단어들을 우리말로 바꿔 표현하려 고민하는 과정이 꽤 즐겁다. 여기에 순우리말을 찾아 쓰면 또 재밌고 우리말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만큼 재미있고 심오한 말이 있을까. 어제 그림책 전문가 과정 수업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살려 쓴 “안녕”이란 단어가 영어에서는 “hello”와 ”bye”로 꼭 구분지어야 하기에 중의적 표현을 살리지 못하고 콕 집어 번역되어 버린 영문판 “알사탕” 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느꼈다.


맥락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언어와 문화가 형성된 동양이 결론 중심의 상호소통에 익숙한 서양 언어보다 더 철학적이고 사유적이라는 점에서 왠지 한글이 영어를 이긴 것 같아 통쾌하다. 좀 유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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