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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20. 2023

졸려서 그랬어

아침부터 소태 떡국을 차린 이유

그림을 배우고 글을 쓰고 고전 읽기 북클럽에 필사, 셀프 그림책 테라피. 여기에 테니스를 쳐야 하고 도서관도 가야 하니 일주일이 바쁘다. 바쁜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빌딩을 몇 채는 샀을 지경이다. 하는 일마다 재미는 또 왜 이렇게 있는 건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시간의 절대치가 부족한 상황. 어제도 새벽 세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오늘 아침 테니스를 치고 학교 도서관에 다녀왔다. 독서 인증제 마감일이 바짝 다가오니 숨 돌릴 틈 없이 바빠 중간에 달콤한 간식을 욱여넣지 않았다면 함께하는 언니와 나는 화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당분 만세!)


다시 아침으로 돌아가서, 지난번 에그 샌드위치에 이어 또 다 감긴 눈으로 떡국을 끓였다. 으음, 무언가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간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지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아는 초딩이를 얼른 불러 식탁에 앉힌다. 떡국을 보고 맛있겠다던 겸이 한 입 먹고 두 입 먹더니 자꾸 음, 음, 하다가 한 마디 한다.

엄마, 짜

괜히 그런다, 구시렁거리며 한 술 떴는데 잠이 확 깬다. 데이 케어 센터에 나가시는 어머님도 자다 일어난 남편도 어색한 미소를 띠며 ’좀 짜다’ 하신다. 그렇다. 잠결에 콸콸 부은 게 액젓이었다. 에라!


가족들이 나갈 준비로 부산한 시각에 일어나는 여섯 살 어린이는 오늘도 혼자 식탁에 앉았다. 나갈 준비를 하며 먹는 걸 봐주는데 한 마디 하신다.

이 떡국은 소금이 좀 많이 들어갔네.

짜다는 말을 이렇게 배려있게 할 수도 있구나! ’ 짜다!‘ 는 말은 질책처럼 들렸는데 ’ 그럴 수도 있지 뭐‘가 내포된 강의 말 덕분에 실수로 언짢았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말았다. 사랑스럽게 곤란한 표정은 덤이다. 올해 한 살 안 먹는다 하니 여전히 여섯 살! 사랑스러움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그래도 우리 가족들 건강을 위해 소태는 이제 금지. 완급 조절해서 잘 자야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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