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소태 떡국을 차린 이유
그림을 배우고 글을 쓰고 고전 읽기 북클럽에 필사, 셀프 그림책 테라피. 여기에 테니스를 쳐야 하고 도서관도 가야 하니 일주일이 바쁘다. 바쁜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빌딩을 몇 채는 샀을 지경이다. 하는 일마다 재미는 또 왜 이렇게 있는 건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시간의 절대치가 부족한 상황. 어제도 새벽 세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오늘 아침 테니스를 치고 학교 도서관에 다녀왔다. 독서 인증제 마감일이 바짝 다가오니 숨 돌릴 틈 없이 바빠 중간에 달콤한 간식을 욱여넣지 않았다면 함께하는 언니와 나는 화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당분 만세!)
다시 아침으로 돌아가서, 지난번 에그 샌드위치에 이어 또 다 감긴 눈으로 떡국을 끓였다. 으음, 무언가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간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지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아는 초딩이를 얼른 불러 식탁에 앉힌다. 떡국을 보고 맛있겠다던 겸이 한 입 먹고 두 입 먹더니 자꾸 음, 음, 하다가 한 마디 한다.
엄마, 짜
괜히 그런다, 구시렁거리며 한 술 떴는데 잠이 확 깬다. 데이 케어 센터에 나가시는 어머님도 자다 일어난 남편도 어색한 미소를 띠며 ’좀 짜다’ 하신다. 그렇다. 잠결에 콸콸 부은 게 액젓이었다. 에라!
가족들이 나갈 준비로 부산한 시각에 일어나는 여섯 살 어린이는 오늘도 혼자 식탁에 앉았다. 나갈 준비를 하며 먹는 걸 봐주는데 한 마디 하신다.
이 떡국은 소금이 좀 많이 들어갔네.
짜다는 말을 이렇게 배려있게 할 수도 있구나! ’ 짜다!‘ 는 말은 질책처럼 들렸는데 ’ 그럴 수도 있지 뭐‘가 내포된 강의 말 덕분에 실수로 언짢았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말았다. 사랑스럽게 곤란한 표정은 덤이다. 올해 한 살 안 먹는다 하니 여전히 여섯 살! 사랑스러움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그래도 우리 가족들 건강을 위해 소태는 이제 금지. 완급 조절해서 잘 자야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