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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22. 2023

새해 떡국을 먹는다.

복을 지어먹는다.

어젯밤 끓여 놓은 치마양지 육수 뚜껑을 연다. 국물에서 향신채와 폭 삶아진 고기 냄새가 달큼하게 올라온다. 고기를 건져 결대로 찢고 달걀 두 알 풀어 찢어질까 조마조마 뒤집어 지단 두 장을 부친다. 대파는 다지고 육수는 채에 걸러 다른 냄비에 옮겨 담는다. 졸졸 맑은 소리 내며 흘러 들어가는 육수 소리에 귀가 즐겁다.


끓어오르는 육수에 하이얀 떡을 넣고 간을 맞춘다. 찢은 고기와 김가루가 간을 더할 테니 심심하게 맞춘다. 대파는 마지막에 넣어 칼칼하게 먹고 싶지만 대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과 어머님을 고려해 처음부터 떡과 같이 넣고 끓인다. 오르락내리락 떡과 다진 파가 춤을 춘다. 찢은 고기는 맛간장과 참지름으로 조물조물 무쳐 놓고 지단은 가지런히 나란히 채를 썰어둔다.

오방색 담은 떡국 한 그릇

떡이 다 익으면 불을 내리고 그릇에 담는다. 오늘은 매일 쓰는 꽃무늬 그릇 대신 청자, 백자, 흑자에 담아낸다. 찢은 고기와 지단을 올리고 김가루를 뿌려 일 년에 한 번 식탁에 오르는 오방색 떡국을 완성한다. 며칠 전 액젓테러로 우리 가족의 아침을 슬프게 했던 떡국을 상기하며 다들 맛있게 드신다. 온 가족에게 복을 지어 먹이며 올해도 좋은 복에 휩쓸려 살게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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