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벚꽃을 참고 맞이한 손님들
벚꽃 축제로 달뜬 마음들이 함께 흩날리는 오늘, 우리는 집에서 손님을 맞았다. 매번 오빠 친구들만 들락거리는 게 불만이었던 강을 위해 준비한 오늘. 터전의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인 알찬 트리오가 우리 집에서 뭉쳤다.
홀수로 멤버가 구성된 모임에서는 꼭 외톨이가 나오기 마련인데 셋은 하루종일 오르르 뭉쳐 다니며 논다. 싸우는 법도 토라지는 법도 없다. 가끔 하나가 빠져 있지만 어느새 셋이 함께 모여 깔깔거리고 웃고 있다.
겸의 친구들은 초등학생임에도 한 공간에서 각자 놀고 “재밌었다, 다음에 또 같이 놀자.” 하며 일어났는데 강은 셋이 한 몸처럼 뭉쳐 다니며 같이 하고 같이 웃고 같이 떠든다. 눈으로 목격한 ‘소년의 심리학’과 ‘소녀들의 심리학’이다.
아직 아기티를 벗지 못한 일곱 살 어린이들의 발소리가 즐겁다. 쿵쿵 쿵쿵 걷는 십 대들과 달리 꽃사슴이 뛰어다니는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층간 소음의 걱정을 덜어준다. 하루종일 미디어도 없이 꽁냥 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니 엄마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들며 묵은 체증도 내려 준다.
불고기와 나물 몇 가지를 했다. 셋이 오붓하게 드실 수 있도록 작은 상을 펴고 점심을 차려드렸더니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좋다며 또 깔깔 거린다. 갑자기 물 잔을 든다. “잔을 세게 하면 짠!” 하고 외치더니 시원하게 들이켜고 “캬~”를 외친다. 갑작스런 구호에 입에 있던 점심밥을 뿜을 뻔했다. 너무 사랑스러워 유자 주스를 따라주며 통사정을 했다. ‘동영상으로 찍게 한 번만 다시 해줘.‘ 마음에 들었는지 세 아가들은 내가 원하는 만큼 다시 해 줬다. 유자 주스 덕분에 그 모습 영원히 듣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간밤, 친한 언니와 새벽 네시 넘어까지 통화하고 잤던 터라 오늘 하루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꼬마 손님들을 맞이하는 게 꽤 긴장했었나 보다. 낮동안 몰랐던 피로와 졸음이 저녁엔 수문 열린 댐에서 물 쏟아지듯 쏟아졌다. 졸린 눈을 비비며 강에게 ‘엄마, 오늘 강을 위해 애 많이 썼어! 행복했어?’ 하고 물었더니 대뜸 목을 끌어안으며 미안하단다. 예상한 대답은 ‘행복했어, 고마워!‘인데 뭐가 미안한 걸까? ”엄마 애쓰게 해서 미안해. “ 아, 이래서 다들 딸, 딸, 딸 하는구나. 코끝 찡한 멘트에 맹맹한 목소리로 ’ 강이 행복했으면 엄마는 애쓰고 피곤해도 행복하다 ‘ 고 말하며 꼭 안았다.
강과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흩날리는 벚꽃처럼 시간 속으로 흩날린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짧고 강렬하게 흘러가 버리는 것일까. 시간에게 말도 안 되는 떼를 부려본다. 아이들의 시간이 느리게 가도록 해 달라고, 이대로 멈춰도 좋다고, 아이들의 이토록 아름다운 시절을 순간으로 끝내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