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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해 별글이 May 06. 2023

가정법 과거 완료적 후회

진짜 독립을 꿈꾸며

if had p.p만큼 스스로에게 잔인한 책망이 또 있을까. 한 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잡기 하듯 연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사고를 장악할 때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외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휘둘리며 나와 비교할 때 이 if 문장을 꺼낸다.


문장을 아귀아귀 씹으며 때로 분노하고 때로 슬퍼하고 대부분 우울해한다. 미래의 불안을 과거와 연결 지으며 후회로 가득한 현재를 살게 된다.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어둠 속에 밀어 둔 채 나의 모든 것을 힐난하며 무기력해진다.


현재를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 채워 버리면 분명 어느 시점의 과거가 될 오늘을 또 후회하며 if 문장을 씹고 있겠지. 이제 그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 누가 뭐라 해도 오직 나의 기쁨에 안위하고, 나의 슬픔을 위로하며 오직 나의 지금 여기, 그 한가운데에 떠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나라고 왜 그런 삶을 살 수 없겠는가.


어떤 고통이 찾아왔을 때 나약한 인간이라고 비난하며 덮어버리고 외면하던 고약한 자아는 죽였다. 대신 격정에 휩싸일 때 방바닥을 구르게 하고, 계속 말로 토해 내게 하고 글로 새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아를 일으켰다. 내 마음속에는 없는 줄만 알았던 나의 다정한 자아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그로 인한 모든 감정을 받아주고 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화날 때 함께 분노해 주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고 즐거울 때 함께 즐거워해주는 그런 자아 말이다.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숨어 있던 나의 다정한 자아를 찾고 끊임없이 흔들어 깨워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내 삶을 외부 세계로 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겠지. 내가 꿈꾸는 내적자유. 그 독립이 이루어졌을 때 나는 어떤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적어도 if had p.p의 문장은 아닐 테지. 나는 어떻게 떠오르고 어떻게 자유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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