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티스트와의 짧은 아트토크
에세이 매거진은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엿보고자 젊은 아티스트를 찾아갑니다.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있는 Jake the dog과의 대화를 통해 난해한 현대미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봅니다.
에세이 | 작업에 주로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Jake the dog(이하 JD) | 나는 대부분의 작품을 전통 동양화 기술, 특히 약 14세기의 비단채색 기법으로 제작한다. 어렸을 때 나는 전통회화의 특별한 아우라에 푹 빠져서 박물관에서 오래된 유물을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따라서 나는 그 전통회화의 아우라를 현대적 맥락과 함께 현대미술에 적용하고자 한다. 물론 전통회화 기술의 전승이 나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다. 그것보다 나는 현대미술을 하기 위해 전통회화의 정신을 그저 빌려올 뿐이다.
에세이 | 작업에 있어서 질감을 신경 쓰는가? 나아가 회화(혹은 시각예술)에서 질감은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JD | 회화의 역사에서 질감은 수많은 예술적 언어들 중 하나로서 존재했다. 그러므로 많은 예술가들은 예술적 실천으로 질감을 사용함으로써 그들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만약 질감이라는 것이 각각의 물리적 대상들이 엮여 생기는 일종의 요철이라고 가정한다면, 나의 작품에서 질감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엮여 생기는 추상적 요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작품 속 여러 이야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엮이면서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울퉁불퉁함이 나의 작업에서 질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에세이 | 현대미술의 여러 경향 중 하나는 그 외관이 굉장히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당신의 표현을 빌자면, 작품 속 추상적 요철들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JD | 나는 회화에서 미니멀한 기법은 수많은 표현기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놀라운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아서 단토 이후로 현대미술의 범위는 무한대로 확장하였다. 따라서 많은 예술가들은 기표의 실험, 즉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예술 실천은 그것 자체로도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하여금 시각적 요소를 필요로 하는 다른 영역과 협동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 적용 가능성이 자본주의 사회 속 놀라운 생존 전략이다. 사실 나의 작업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생존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나의 작품들은 여전히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세이 | 지금 이 시대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시대에는 이미지가 엄청난 힘(권력)을 소유하고 있다. 당신은 어쩌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텍스트가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JD | 개인적으로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한 주된 이유는 바로 현재 세대가 이미지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익숙함으로 인하여 이미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이미지가 자본주의와 파시즘을 무분별하게 지지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을 압박하는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범람하는 수많은 상품 이미지들, 상대적 박탈감, 혹은 독일 국민을 전장으로 내몰았던 히틀러의 거대 퍼포먼스 등, 이것들은 이미지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시들이다. 나는 텍스트가 이미지의 맥락을 결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에세이 | 뒤샹의 «샘»이 등장한 이후로,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 짓는 기준은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비평가, 갤러리, 대중들의 다양한 해석과 관념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른바 텍스트라고 했을 때 어쩌면 미술 그 자체보다 텍스트가 더 많은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가?
JD | 우선 나는 예술가이자 인본주의자이다. 나는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 짓는 기준보다 인본주의적 예술에 더 관심을 갖는다. 당신은 아마도 동의하지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본주의적 정신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미 수천 년 전에 완성되었다고 본다. 다만 그 신념을 지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뿐이다. 따라서 현대의 모든 철학적 담론들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지켜 나가는 최고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소통이라고 부르고 싶다.
더 자세한 콘텐츠는 에세이 매거진 2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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