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피부의 질감
그저 피부를 눈에 보이는 표면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피부는 체내의 모든 기관 중에서도 가장 큰 기관입니다. 현직 의사인 필자는 피부의 질감을 통한 적절한 진단을 통해 죽어가는 환자도 살린다고 말합니다. 의사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에세이를 통해 피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공유합니다.
환자를 손끝으로 섬세하게 만져보는 일은 의사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내가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가장 어려운 과정 중 하나는 중환자에게 정맥관을 삽입하는 일이었다. 수축한 혈관과 그 붓기 때문에, 환자의 피부에서 혈관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하고 나서야 나는 혈관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정답은 바로 피부의 질감에 있었다. 비록 피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만져보면 피부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특히 피부 아래에 있는 혈관을 통해 피부의 미묘한 탄력을 느낄 수 있다. 이 감각에 대한 믿음으로 피부를 뚫으면, 항상 관을 통해 뜨거운 피가 흘러나오게 된다. 이것은 내가 의사로서 피부 결의 중요성을 깨달은 첫 번째 경험이었다. 이 경험 이후로 내 손끝의 감각은 다수의 훈련을 통해 더욱 민감해졌다.
레지던트에게 환자들의 피부는 상당히 직관적인 인상을 심어 준다. 외래 진료에서 피부의 질감은 병변 부위의 염증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염증이 심각하면, 피부에서 열이 느껴지고 피부가 살짝 도드라지고 딱딱해진다. 이같이 심각한 염증 부위의 경우, 피부 속 많은 백혈구가 이러한 피부의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피부 병변에는 국소적인 스테로이드가 주된 치료법인데, 스테로이드마다 그 강도가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할지 결정할 때도, 피부의 질감은 귀중한 정보가 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일할 때, 나는 종종 응급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확인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환자의 피부이다. 피부의 온기는 혈액 공급의 원활한 정도를 알려주고, 동시에 심장과 혈관의 상태를 보여준다. 촉촉한 피부는 자율신경계의 활성화 정보와 체내 수분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것들은 순간순간 변하는 상태로, 악화하는 병의 원인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정보들을 통해 나는 수액이나 약물을 투여할 것인지, 어떠한 종류의 검사를 해야 할지도 결정한다. 피부의 질감을 느끼는 일은 때때로 죽어가는 환자도 살린다.
글 Park S.
사진 Yoota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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