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이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알랭 드 보통과의 깜짝 전화연결이 화제였다. 한국에서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추측건대 한국어 발음으로는 제 이름 뜻이 ‘보통, 평범’이라던데, 아마 이게 한국의 특색인가 봐요. ‘보통 씨(Mr. Ordinary)’와 교감을 느끼는 것이요.” 영국식 유머가 섞인 장난스러운 답변이었지만 일견 타당하게 들렸는지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패널들도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이란 단어는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얼마나 이 말을 좋아하는지 서점에 가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물론이고, ‘보통의 존재’, ‘아주 보통의 연애’ 등등 보통이라는 단어를 품은 다수의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조금 과장을 보태 이만하면 '보통 신드롬'이 아닌가 싶다. 뱉어 놓고 보니 서로 참 안 어울리는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개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보통을 추구한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 더 유니크한 옷을 찾으면서도 행여 튀지 않을까 눈치를 보기도 한다. 트렌드를 설명하는 어느 기사에서는 스타벅스, 무인양품, 이케아 등으로 우리의 모습을 모조리 다 설명해버리는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했다. 읽으면서 몇 번 고개를 끄덕였기에 조금은 씁쓸한 현실이다. 우리는 보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통이라는 상태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 중 가장 의미심장하게 들렸던 것은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유를 밝히기보다는 한국인들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가 ‘보통, 평범’을 좋아한다고 규정한 한국인의 특색에 그 이유가 있다는 추측은 무리일까? 보통의 지대에 머무르는 일은 안정감을 주는 만큼 동시에 자기다움을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작은 행동 하나로도 우리의 삶은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업무 스케줄로 가득 찬 스마트폰 메모장에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마련해보자. 그리고 가장 쉬운 목표 하나를 적어보자. 습관적으로 먹던 점심메뉴를 바꾸는 일에서도 나 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 보통을 벗어나 이 소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반하는 불안을 극복한 대가는 나름 짜릿하다. 이는 자신의 모습을 남김없이 인정하는 행동이며 더 큰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다.
이상적인 삶을 살았을 것 같은 프리드리히 니체도 점심 약속을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붐비는 식당에 혼자 앉아 스테이크와 과일로 점심을 때웠다고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은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든다. 때때로 나를 나답게 하는 일탈을 해보자. 우리 모두는 아주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존재이기에.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Kevin Cu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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