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수집하다 I

바우하우스 컬렉터 SABO와의 인터뷰 제1편

by 에세이 매거진


가구가 아니라 분위기를 모은다고 말하는 바우하우스 컬렉터 SABO와의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합니다.


SABO(임상봉) /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는 그는 1990년대 이후 독일에 머물며 20년 가까이 바우하우스 가구를 수집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건축가들은 모든 것을 함께 디자인 했어요. 건축에 맞는 가구, 조명, 소품을요. 저는 그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건물은 모을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밖의 것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에세이 | 당신은 현재 공간 디렉팅, 일러스트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우하우스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SABO | 1994년 저는 독일로 떠났습니다. 운이 좋게도 4개월 만에 슈투트가르트 미대에 합격했어요. 사실 슈투트가르트를 선택한 이유는 도시가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독일은 평지가 많은데, 그곳은 마치 서울처럼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 도심이 형성되어 있어요. 마치 미니어처 서울 같았죠. 제가 다니던 학교는 힐레스 베르그라는 산 위에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독일의 엄청난 문화 단지였습니다. 미대 바로 옆에 바우하우스 이주촌이 형성되어 있었던거죠. 그곳은 미스 반 데어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등 바우하우스의 전설적인 인물들에 의해 1927년도에 지어진 공간이었어요.


에세이 | 바우하우스 가구를 수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SABO| 많은 사람들이 저를 가구 컬렉터라고 부르는데, 저는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가구를 모은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모았습니다. 가구로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거든요. 당대의 스타일부터 소품, 조명 하나하나까지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으로 분업화된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때문에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내부는 정작 엉뚱한 스타일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바우하우스 시대의 건축가들은 모든 것을 함께 디자인했어요. 건축에 맞는 가구, 조명, 소품을요. 저는 그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건물은 모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 밖의 것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919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것들을 집약적으로 모았어요.


크룹스社에서 생산한 빈티지 시계. 오리지널 컬러가 여전히 아름답다.


에세이 | 당신은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독일로 갔다가 갑작스럽게 미대에 입학했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인생이 우연과 운명에 이끌렸나요, 아니면 철저히 계획되었나요.

SABO | 운명이 저에게 다가와 계획적인 플랜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1900년대 당시에는 독일로 유학을 가는 것이 흔치 않았습니다.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 혹은 프랑스로 유학을 갔거든요. 제가 다녔던 미대의 경우에도 전체 250명의 학생 중에서 한국 사람은 두 세명 정도였으니까요.


에세이 | 그렇다면 굳이 독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SABO | 우선 저는 돈 없는 유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대학의 입학과 졸업이 매우 까다롭지만 학비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일의 철학과 역사가 좋았습니다. 역사가 짧은 국가라면 아무리 발전해도 한계에 부딪힐 거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매우 엉뚱합니다. 저의 아버지가 평양 출신이에요. 즉, 저희는 이산가족이었고, 이산가족찾기에 출연해도 친척들을 만날 수 없었어요. 북한과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있는 독일에 가면 막연히 친척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막상 독일에 가보니 불가능한 생각이었죠.


직접 사용하기 위해 모은다는 식기들을 정갈하게 정리한 모습에서 그의 애정이 묻어난다.


"저는 바우하우스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모든 생활에 스며들어 있어요. 디자인과 관련되었든 관련되어 있지 않았든,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영위하면서 살고 있죠."


에세이 | 바우하우스가 ‘예술 운동이다, 디자인 학교다, 디자인 혁명이다’ 등등 많은 단어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우하우스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SABO | 저는 바우하우스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모든 생활에 스며들어 있어요. 디자인과 관련되었든 관련되어 있지 않았든,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영위하면서 살고 있죠. 이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가구라는 것을 사용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지금 우리는 의자와 식탁을 사용하며 서양의 입식 문화로 살고 있습니다. 그것들의 기원을 따진다면 백여 년 전의 유럽의 귀족 문화로 거슬러 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귀족들만을 위한 것이었어요. 즉, 일반 사람들을 위한 가구는 없었던 거죠. 바우하우스 운동을 통해서 비로소 디자이너의 스타일, 나아가 시대의 스타일이 정해지고 브랜드가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바우하우스를 낯설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영위하는 모든 것들에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죠.


에세이 |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지만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SABO |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엌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바로 현대의 빌트인 부엌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프랑크푸르트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1927년 슈테라라는 여성 디자이너에 의해서 최초의 빌트인 부엌이 탄생했습니다. 그전에는 부엌이라는 게 없고 단지 찬장, 화초장 등의 수납 장으로 구성된 공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은 바우하우스 시대에 시작한 체계적인 빌트인 부엌을 전 세계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한국에는 그 기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이 프랑크푸르트 부엌이 문화재 급으로 여겨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초의 붙박이식 주방으로 알려진 슈트트가르트 키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히 보존되어 있다.


에세이 | 부엌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SABO | 밀리터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바우하우스와 어떻게 관련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가령, 군용 탱크 안에도 의자가 있습니다. 조종사가 오랫동안 앉아서 조종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있죠. 그 디자인도 바우하우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군복 또한 실용적이고 견고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 그 디자인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코스튬 디자이너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 융한스라는 시계 또한 바우하우스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ABO | 맞습니다. 융한스 또한 당시 군용 시계였죠. 그 시계에 있는 눈금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봤을 때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바우하우스 정신이 탱크 혹은 비행기의 계기판 안의 숫자와 눈금에도 반영되었 거죠.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융한스社의 벽걸이 시계는 현재 막스빌 손목시계의 원형이다.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진행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심규호 Shim Kyu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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