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 컬렉터 SABO와의 인터뷰 제2편
가구가 아니라 분위기를 모은다고 말하는 바우하우스 컬렉터 SABO와의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합니다.
"저는 무조건 이 물건들을 다 써보고 싶은 마음으로 수집했습니다. 어쩌면 물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갖고 수집하니 시행착오를 겪어도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에세이 | 당신이 바우하우스 수집을 위해 최초로 구입한 가구가 이케아였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얻으려면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요새 남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실패를 통해 얻을 것들을 단시간에 혹은 돈으로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SABO | 저는 돈을 들이지 않고 고수가 될 수 있다면, 찬성이에요.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간송 전형필 선생도 옛날에 그 많은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본인이 향유하고 싶은 대상을 돈을 주고 소비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SABO | 물론이죠. 사실 제가 바우하우스를 수집하지 않고 돈을 모았다면 집을 하나 마련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 나름대로는 투자를 목적으로 컬렉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컬렉팅을 시작한다면, 실망도 크고 후회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조건 이 물건들을 다 써보고 싶은 마음으로 수집했습니다. 어쩌면 물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갖고 수집하니 시행착오를 겪어도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에세이 | 돈이 수단이 되긴 하지만 목적은 아니었다는 뜻이군요.
SABO | 그렇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했으면 중간에 그만뒀을 거예요. 돈이 없을 때도 있었고, 정말 피곤할 때도 있었습니다. 큰 가구들을 짊어지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진정으로 바우하우스에 빠졌기 때문에 저의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었죠.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안목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의 컬렉션을 한 번에 구입하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자기를 속이는 일이잖아요. 본인이 자기 스스로를 더 잘 알아요. 자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느끼면서 괴로워할 거에요. 저는 제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 하나씩 모은 이 컬렉션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에세이 | 당신이 진정한 컬렉터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SABO |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컬렉터들이 소위 사이비 컬렉터들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단지 재산이 많으면 세련된 취향과 스타일이 없이도 상류층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한 사회에서 진정한 컬렉터가 살아남을 수 없어요.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에 의해서도 진정한 상류층에 대한 개념이 왜곡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실을 인정해야 할 테지만, 안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사회를 바꾸려면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을 갔을 땐 누군가를 여성스럽다 혹은 남성스럽다라고 판단하는 건 그렇게 보는 당사자의 시각의 문제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저를 ‘SABO’라는 인간 자체로 봐주었죠."
에세이 | 바우하우스가 독일의 교육제도와도 연관이 있을까요?
SABO | 독일에는 파콕 슐레라는 직업학교가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크게 두기 때문에, 대학을 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직업학교 또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데사우와 바이마르에 있었던 바우하우스 학교가 있죠. 마이스터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이 발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에도 많아진 대안학교 또한 독일의 학교 시스템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학교 시스템이 정말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독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러한 연관성도 하나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세이 | 경제구조와 디자인에 어떠한 관련이 있나요?
SABO | 독일은 중산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독일은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사회복지국가에요. 그래서 못 사는 사람들이 정말 적습니다. 반면 잘 사는 사람들도 매우 적죠. 세금도 잘 살수록 돈을 더 많이 내는 거예요.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아가 독일은 소수민족들에 대해서도 열려있죠. 여기에서 큰 문화적인 파워가 나옵니다.
에세이 | 독일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라 추측됩니다.
SABO | 저는 본래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이에요. 하지만 저를 바꾸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군대를 다녀왔어요. 건강하게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성장해서 군 생활을 잘 마쳤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숨겨야 하는 경향이 있어요. 독일을 갔을 땐 누군가를 여성스럽다 혹은 남성스럽다고 판단하는 건 그렇게 보는 당사자의 시각의 문제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저를 ‘SABO’라는 인간 자체로 봐주었죠.
"바우하우스는 일반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철학이었어요. 이렇듯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 독일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있을까요?
SABO |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옛날에 미국에 르윈스키 사건이 있었죠. 미국에서는 많은 언론에서 클린턴을 비난했지만,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 일은 클린턴의 가정사일 뿐이잖아요. 그는 대통령으로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특히 가자 지구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이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나아가 사회에 이득을 주면 그 나머지는 당사자의 개인적인 문제 인거죠. 그것이 독일인들의 기본적인 철학이에요.
에세이 | 독일은 성적으로도 개방되어 있는 사회인 것 같아요.
SABO | 뮌헨에 그뤼네발트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곳은 마치 미국의 비벌리힐스 같은 곳이에요. 변호사, 의사, 저널리스트, 비평가 등 사회의 고위층이 사는 곳입니다. 제가 그곳에서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는데, 전시 오프닝 리셉션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성스러운 남성, 남성스러운 여성이랄까요. 이러한 친구들이 너무 많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 그림을 구입하기도했고요. 지금은 저의 친한 친구들이 되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중에는 성소수자들도 있었죠.
에세이 | 말씀하신 걸 들으면 단순한 정보 교류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속에서 고유한 인격체로서 교감을 했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과 예술을 위한 자양분을 얻을 수 있던 것 같아요.
SABO | 당연하죠. 다양한 문화가 사회적으로 공해나 테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잖아요. 매우 중요한 생각이죠. 다양한 계층 그리고 다양한 소수자들이 어루어져 살면 그곳에는 다양한 문화와 디자인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반면 억압된 문화 속에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어요. 동양에서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는 특유의 동양 사상이 있기 때문인 건 같아요. 다양한 계층들과 다양한 문화들이 모여야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에세이 | 논리적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언급한 것들을 토대로 하면 바우하우스가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문화, 정치적 토양 아래서 자라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바우하우스가 이해돼야 되는 것 같아요.
SABO | 저는 무엇보다도 독일에서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영유하는 것이 부러웠어요. 우리나라는 명품이 문화라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들이 명품에 이끌려 다니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 명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독일은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소비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느낀 것은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영위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계층에 구분 없이 디자인과 예술을 포함한 모든 문화를 향유합니다. 따라서 디자인 또한 사회적으로 공헌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우하우스는 일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철학이었어요. 이렇듯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 요즘은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불리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사의 제품들, 그리고 심지어 아이폰도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에 동의를 하나요?
SABO | 물론 동의합니다. 아이폰의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을 보세요. 그 색감을요! 1960년대 고안된 디터 람스의 계산기의 컬러가 그래도 들어 있지요. 실제로 애플의 디자이너 본인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직접 이야기했잖아요. 디터 람스가 디자인했던 브라운사의 제품들뿐만 아니라 지멘스, 보쉬, 필립스 등등 수많은 전자회사들이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5-6년 만에 망가지게 만들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또 사게끔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전략이죠.
"바우하우스는 동시대의 모든 것들에 퍼져 있습니다. 따라서 물건 하나 쓸 때도 아껴 쓰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우하우스 시대로부터 그 디자인 정신이 역사적으로 계승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더 소중해 보이지 않을까요?"
에세이 | 반면에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했다고 하기 힘든 디자인도 있나요?
SABO | 1960년대의 디자인을 본떠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들이 있습니다. 저렴한 소재로 만들어 오히려 비싸게 파는 회사들이 많죠. 그래서 쉽게 망가질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도 야기하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SABO | 디자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바우하우스는 동시대의 모든 것들에 퍼져 있습니다. 따라서 물건 하나 쓸 때도 아껴 쓰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우하우스 시대로부터 그 디자인 정신이 역사적으로 계승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더 소중해 보이지 않을까요? 꼭 오리지널 제품이 아니더라도요.
진행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심규호 Shim Kyu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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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매거진은 년 2회 발행되는 미니멀 라이프 매거진으로 예술, 디자인,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일상 속 가치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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