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외롭다.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같이 있을 때 더 외롭다.
이런 외로움이 문득 비집고 올라올 때마다 내가 유치해져 버리고 말아,
그런 외로움마저 그만두고 싶어 진다.
한창 바쁠 나이에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배려와 이해로 견디고 싶어 진다.
외로움도 사랑이라면,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으려 애쓴다.
그런데도 사랑으로 가능한 이해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만 뚫고
전진에,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다가오는 순간이 잦아진다.
속좁아 보이는 이, 외로운 것이 싫다.
미운데, 견디고 말아야 할 먹먹한 벨소리 하나가 울린다.
스쳐 지나가고, 잊고 말, 작은 씁쓸함이라고 웃어 넘면서.
외로움보다 여전히 사랑이 크다고 깨달으면서.
역시 바쁘지만 늘 일 순위인 그 사람을 소홀히 한 적이 없기에,
좁은 방에 같이 있을 때 들리는 타자의 독주는 유난히 참 얄궂고 미친 듯이 미울 지경이다.
유독 별나게 거슬리는 쓰라림으로 찾아와서 무아지경으로 혼을 쏙 빼놓는다.
그의 소중한 미래가 빼곡히 걸려 있고, 슬프게도 현재 나의 혼자됨이 낱개의 타자에 속속들이 걸려 있다.
일에 미쳐있으면서 사람에게도 푹 젖어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인가-하는 질문에 나는 둘 다 물들어 있다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소리 없이 간질간질하게 걸려 있는 속마음을 닮은 욕심을 외쳐본다.
당신이 사랑하는 나에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에게 조금만 더,
매 순간의 타자와 함께 그 옆에서 숨 쉬는 나를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고 살펴봐줄 수는 없는 것인지.
'사랑'하면서 풀게 될 줄 몰랐던 숙제.
완벽히 외롭다.
나는 두 눈에 , '영원히 함께'와 '작은 안녕'을 담아줄 수 있는 사랑을 그린다.
진정한 같이 있음으로의 사랑.
그런데 이 숙제마저 그가 없었다면 갖지 못했을 것이기에.
사랑으로부터 받은 숙제를 묵묵히 풀면서 틀어지지 않을 현명함을 갈구한다.
다시없을 숙제와의 이별을 끝끝내 기다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감사함을 붙이며 이 생의 숙제를 껴안아 보려 함을 나는 '내 사랑'이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