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 늘 Mar 10. 2023

사랑을 사랑.



확실히,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달리 말해, 언제 어떻게 해서든 사랑한다.

내 곁의 사람, 누군가의 말투, 지나가는 빗소리, 투명하게 빛나는 가시, 어린잎, 화한 박하 맛, 연필 쥐는 습관, 굳은살, 딸기 향, 옛날 집 창문, 꺾어 신은 운동화.

조용하고 작을 수도, 유별나게 시끄럽고 벅찰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은 거대한 존재. 나에게 무게를 지닌 사랑이 된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무엇, 모양, 그런 존재.


여차 누누이 말했다.

줄곧 나는 남들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쉽게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그림과 예술을 사랑하는 건 그러한 연유라고 짐짓 설명해 보았다.

하지만

나도 분명히 싫어하는 게 있다. 박애주의자는 아니다. 아주 쉽게, 더 많이 사랑에 빠져서가 아닌 것 같다.

사랑의 진입장벽이 절대적으로 낮아서가 아니다.


즉 만인을, 모든 것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쉽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온통 솔직하고 진심이라는 것이다.

노력하고 헌신하고 정성을 다해.. 그 사랑에 책임지고, 가까이 돌보고, 기꺼이 오래도록 함께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나와 나의 삶에 들어온 존재.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랑을 나의 곁으로 데려와 온전히 어루만져주고 진짜 가슴 깊숙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깊게 사랑할 줄 알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할 줄 안다.

사랑한다, 마음껏 표현하고 여과 없이 소리치고-남김없이.


그러니까 나는,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사랑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인 이유는, 정확히 이 말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사랑을 사랑하는 작가로 명명하기로 한다.

그림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그리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나의 방식이며, 나의 그림이 곧 사랑에 대한 말이 될 것이다.


결국

사랑을 향한, 사랑을 위한 무언가.

사랑을 사랑하는 나에게 그림은 그리 된다.

그런 존재로 살아있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을 보다'는 뜻이기도 하니.


__하 늘

2022. 02. 22.


작가의 이전글 사랑 덩어리 -"코, 코, 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