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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늘 Jan 03. 2022

사랑 덩어리 -"코, 코, 눈"-

# 여섯 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딸도 ‘딸’이 처음이다.


# 여섯 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딸도 ‘딸’이 처음이다.” 


엄마와 나는 ‘엄마’와 ‘딸’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는 존재다.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경우의 수처럼 ‘매번 다른 실수’가 서로를 당황하게 만든다. ‘가족’ 안에서 여러 사건 사고를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나온 하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의 나은 모습을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할 뿐이다. 


가족은 개별성과 동시에 단일성을 지니므로, 

“언제나 ‘따로, 또 같이’ 존재하며 움직이는 ‘덩어리’이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의 방향성은 다르다. 그 갈래가 여러 개로 갈라짐과 동시에 ‘사랑’이라는 단일함으로 묶인다. 평소에 우리는 ‘최선의 리듬과 호흡’을 맞추려고 한다. 호흡을 함께 한다는 것은, 곧 ‘조화’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한편으로 우리가 발걸음을 ‘나란히’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전히 ‘같은 걸음’을 걷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은 ‘믿음’으로 서로의 길을 응원해줄 수 있는 것이다. 첫째로 그 길은, 본래 석자의 이름을 가진 ‘고유한 한 사람’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아빠, 엄마, 큰딸, 막내딸’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길이다. 


엄마와 나는 ‘엄마’와 ‘딸’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다. 이 주어진 명칭을 갖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누구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주어진 법칙과 같은 ‘가족의 가이드라인’은 없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정립된 <가족 구성원의 역할 길잡이>, <가족 입문서>가 실존할 수 있을까. 있다 하여도 우리 가족은 그것을 참고할 마음이 없다. 우리 가족에게 유일한 가이드라인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만들어가는 ‘사랑’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가이드라인이다. 태어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에 따른 행동도 처음이지만, ‘실전’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모습을 다하고, 나는 나답게 ‘딸’의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고정된 역할의 내용은 없다. 따라서, ‘최고의 개념’도, 정답도 없다. 엄마와 딸의 역할은 가족의 상황에 맞춰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우리 가족은 같이 호흡하며,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에 있을 뿐이다. 저기 어딘가 남들이 좋다고 운운하는 ‘완벽한 가정’의 결과를 꿈꾸려 하지 않는다. 나는 가족의 샘플을 채집해서 우리 가족에 적용하고 싶지 않다. 훌륭한 엄마의 표본이 없고 좋은 딸의 표본도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식구들만의 ‘맛’대로, 개성 있게 흘러가도록 지켜보고 싶다. 그것이 우리 가족만이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아우라이기 때문이다. 


“가족 내 사랑의 모습과 방향이 다르기에, 같은 유형의 가족은 없다.” 


나와 엄마는 다른 가정의 ‘엄마들’,‘딸들’과 우리를 비교하지 않는다. 철수네 가족의 엄마와 영희네 가족의 엄마, 그리고 우리 엄마는 ‘엄마’라는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그 몸체가 다르다. 다른 가정과의 비교가 큰 불화의 단초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모양새에 맞게 살면 된다. 그리고 서로의 위치에서 실수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 실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나아갈 수 있다. 진실한 사랑은 그 사람을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단계에 있어야 한다. 


“사랑으로부터 비판과 비평은 존재한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가족들은 나를 따뜻하게 비판해줄 필요가 있다. 단, 무차별적인 질타와 비난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에게 미치자, 나는 가족에게 ‘혼이 나는 것’을 달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적은 ‘애정’의 여러 종류 중 하나이다. 지적의 표현이 가족의 유기적인 흐름 관계 속에서 적재적소에 들어간다면, 우리는 서로를 부담스럽지 않게 이끌어줄 수 있다. 


“‘화목한’ 혹은 ‘지속 가능한’ 가족을 생각한다는 것은, 또다시 ‘우리 다움’에 주목해야 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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