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대신 주말부부(2)

육아 동지를 잃고 얻은 성장

by 이주영

남편은 그렇게 옷과 노트북. 이불 등 짐을 싸들고 관사로 들어갔다.


등 하원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어차피 주말부부 하기 이전에도 거의 내가 등 하원을 다 해 온 터라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오산이었다.


하루는 퇴근길에 뭐에 씌었는지 역에서 아파트까지 가는 마을버스 번호를 잘못 보고 탔다. 집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내렸던 역까지 지나 다시 회사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한겨울임에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급히 버스에서 내려 간절한 마음으로 택시를 겨우 잡았탔다. 눈물이 왈칵 앞을 가렸다.


이미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6살 딸아이는 유치 옆과 같은 건물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5시 반에 픽업해 가고 5시 반에서 6시 반까지 피아노 학원에 있다가 내가 퇴근해 도착하는 시간인 6시 40분에 하원 해 데려온다.


급히 피아노 학원 원장님께 카톡을 보냈다.


"정말 죄송합니다. 버스를 잘 못 탔어요. 급히 가고 있는데 7시 20분쯤 도착할 것 같아요"

"어머님, 괜찮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괜찮다는 문자를 읽고 나서야 마음에 안정이 되었다. 그때는 원장님이 세상 가장 고맙고 친절한 천사로 느껴졌다. 원장님의 긴 수다를 귀찮아했었는데 반성하며 열심히 들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퇴근하다 무슨 일(교통사고로 의식이라도 잃게 되는 상상이 시작됨)이라도 생기면 우리 아이 하원은 어떻게 하지' 대체 가능 인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막막했다. 남편의 부재가 실로 원망스럽웠다. 남편이 존재의 필요성을 이런 식으로 느끼게 되다니.


도착해 보니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학원 정리와 대문 시정까지 다 마치고 아이 손을 잡고 학원 앞에서 서 계셨다.


다시 죄송하다는 사죄를 거듭하고 볼멘소리를 중얼거리며 토라진 아이에게도 거듭 미안하다고 했다.


왜 나는 주변에 조력자가 하나도 없을까 속상했다. 부모, 형제들 다 지방에 살며 조리원도 가지 않아 조동 같은 것도 없으며 극소심 내향인 워킹맘이라 원생 엄마들도 아는 이가 없다.


육퇴를 마치고 속상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문득 깨달았다. 나는 글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떠난 후 나는 매일 아무도 경청할 사람 없는 마음의 소리와 느낀 바를 글로 적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말부부로 잃은 것은 육아 동지이고, 얻은 것은 글이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도 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하게 되었다. 주말 부부 하면서 잃은 것들에 대해 원망하고 속상해하고 싸웠는데. 이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내려놓고 얻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 글쓰기가 성장한다. (대화할 상대가 없어 내면의 소리와 대화를 한다)


두 번째, 남편과 살 때는 내가 왜 결혼을 했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주말부부가 된 후로는 '내가 이래서 결혼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냥 밤이 무섭다. 귀신도 사람도 무섭다. 새벽에 잠에서 깨면 알 수 없는 불안증으로 눈물도 난다.


'맞다. 내가 불안증, 불면증이 심해서 결혼했지 참!'


- 내가 결혼한 이유를 돌아보게 되다. (안정감)


애석하게도 더 이상 주말부부로 얻은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얻은 것을 찾게 되면 3번째 스토리로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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