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에서 행주산성까지
행주산성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매우 유명한 곳이다.
파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지리적 위치와 함께 국수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잔치국수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지난 주말 행주산성을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아니라면, 집에서 소면이나 중면을 한 움큼 쥐어 바글바글하게 국수를 끓여 찬물로 전분을 싹 날린 후 바지락, 호박, 양파, 계란, 파 등으로 만들고 간장으로 약간의 색을 낸 말끔한 국숫물에 말아 배가 터지도록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중에는 이런 음식을 먹으려면, 그에 합당한 운동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때마침 아는 지인도 같이 자전거를 타자고 연락이 왔기 때문에 이래 저래 잘됐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23일(당일) 12시에 반포대교 북단에서 만나기로 했다. 몇일 전이었던 19일 석가탄신일에는 마치 여름처럼 무더웠는데 이 날은 약간 흐린 탓인지 기온이 선선해서 좋았다.
지인이 앞에서 끌어주며, 우리는 무정차로 행주산성 음식문화 거리에 도착했다. 몇 년전 회사를 상암에서 다녔었는데, 이 때문에 가끔 점심을 행주산성에서 먹어본 적이 있지만, 자전거로 온 것은 처음이었고, 또 국수를 먹으로 온 것도 처음이었다.
사실 슈퍼였다가 지금의 맛집이 된 원조 국수집을 들려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 줄 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원조 국수집 말고도 국수를 파는 집이 꽤 여럿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갔다.
간만에 먹는 국수라 맛있게는 먹었지만, 주문을 하고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20여분을 늦게 나왔다. 문제는 같이 간 일행의 국수 하나는 바로 나와서 준 다음. 내 국수는 나오지 않은 것. 처음 들어와서도 어떤 안내나 친절함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런 집들이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참 씁슬한 부분도 있었다.
밥을 먹은 후 커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 전에는 행주산성 올라가는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마트가 하나 있었다. 저 안에서 커피도 판다.
물론 커피 맛은 별로인데다가 이 집 역시 친절하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보니 다들 불친절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지인과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살아가는 이야기, 힘든 이야기, 주식과 코인 이야기...
다만, 공기 좋은 곳에서 저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평일에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아주 기분이 산뜻했다. 낮에만 자전거를 탈 것으로 예상했던 나는 이날 라이트를 가져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해가 지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기에 적당한 시간에 자리를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양이 많지 않아 오히려 시원했다. 돌아올 때 역시 무정차로 약 1시간 20여분여가 걸린 것 같다.
아직까지 행주산성에 가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주말에 여유롭게 지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서 국수 한 그릇 드시고, 야외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시다가 돌아 오시는 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