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o Mar 03. 2023

회피형 그녀에게 잠수 이별을 당하다①

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2023년 초였다. 

조금은 외로운 마음에 연애를 하고 싶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진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내 스타일로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틴더에서 슈퍼라이크를 보냈다. 며칠 후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고, 초반부터 재미있는 대화들이 오갔다. 


며칠 간의 대화 후에는 전화를 제안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첫 통화부터 매일 1시간가량의 대화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대화는 내가 주도를 했고,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잘 통한다고 생각한 나는 만남을 제안했다. 


첫 만남은 반포 한강공원이었다. 나는 일반적인 데이트를 생각했다. 카페 혹은 저녁 식사를 하며 그녀를 만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금은 의외였다. 그녀는 차를 몰고 나왔다. 급작스럽게 자동차에 엔진 경고 등이 들어왔다며, 약속이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추운 탓인지 패딩을 입고 수수하게 나온 그녀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맥주나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 지라 허락은 했지만, 편의점 밖에 먹을 곳이 없었고 우리는 그녀의 차로 돌아왔다. 차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던 그녀는 제가 "여의도에 더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그곳에 가는 건 어때요? "라고 물어봤고, 나도 동의했다. 


그러나 막상 간 곳은 여의도 공원 한 켠의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눈이 나쁘고, 밝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여느 때 통화처럼 말을 이어 나갔고, 나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너무 어두운 차 안이라 그녀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점이 답답했다. 하지만 난 밝은 곳에 가자고 제안할 수 없었다. 


2~3시간 정도 지났을까. 시간이 늦은 관계로 우리는 일단 헤어지기로 했다. 그때 그녀는 "제가 집까지 태워다 드릴까요?"라고 배려를 해줬다. 물론 그녀의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것이 쉽고 빠른 방법이겠지만, 괜한 부담감을 주는 것 같아 난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제안했고, 결국, 나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다. 


'이렇게 매너가 좋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감사하단 말을 전하기 위해 그녀가 집에 도착할 시간까지 기다리던 중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이 깨자 너무 화들짝 놀랐다. 집 앞까지 데려다준 사람을 위해서 너무 매너 없는 행동을 한 것 같아 보일까 봐서다. 너무 큰 실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침에 바로 어제 감사했고,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는 문자를 남기는 것 밖에 없었다. 


분명 불편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후로도 연락은 계속됐고, 나는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 비췄다. 약속이 가까워질즈음 그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참고로 나는 잡았던 약속이 깨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다음 주는 아무 때나 괜찮다고, 나의 시간을 먼저 고려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주 그녀는 가족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일본에 간다고 공항에서 연락이 온 후 딱히 연락이 없었고, 나도 연락하지 않았다. 3일 정도가 그렇게 지났고, 변경된 약속의 하루 전날이 됐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이 생일날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과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화를 낼 수 없었지만, 사실 나는 이미 많이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미루기가 싫어서 그 날 보던지, 아니면 다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그런 말을 할리가 없다) 그랬더니 가족과 말해보고 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은 그렇게 특별하게 챙기거나 하지 않는다며, 가족과의 저녁을 취소했고 나와 만나겠다고 했다. 


단, 그녀는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기 때문에 집으로 오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해외 시간으로 일하는 그녀는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수긍을 했다. 그렇게 퇴근 후 나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