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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Jan 12. 2023

출근길 마주치는 달을 보며..

나는 주로 오후보다는 오전에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출근이 있는 날에는 항상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다. 

그 중 한 겨울 출근 길은 특히나 어둡고 적막하다. 

 

아침임에도 한 밤 중의 기운이 아직은 서려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향할 때는

머리 꼭대기에 해처럼 떠 있는 달을 볼 수 있다.  


출근길을 비춰주는 달은 밝다. 그 반대에 해가 떠오른다. 

이때 달은 늘 푸르스름하면서도 밝은 빛을 띤다. 

깊은 밤 떠 있는 보름달의 따뜻한 느낌과는 색다르다. 

냉장고에 갓 꺼낸 얼음이 연상되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달이다. 


이런 달의 표면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출근하다 보면, 

'지구의 관측자 시점으로는 늘 달의 앞면만을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구 중력에 의해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연이어 지구와 달의 관계가 마치 사람과의 관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살면서 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대부분 그 사람의 앞면만을 보다가 시간이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이 먼저 자상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한. 

어둡고 침울한 그 사람의 역사에 쓰인 뒷면을 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초승달 같은 앞면 중 일부. 

보름달 같은 앞면 중 전부를 보여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그 사람의 춥고, 어두운 뒷면을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스스로 뒤돌아 보여주어야 한다.

그 방법이 아니라면,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 더 빨리 그 사람 뒤로 돌아 그 면을 봐야 한다.  


우리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혹은 연애를 할 때도 그 사람의 전체를 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가장 달콤한 부분만 보다가 관계가 끝나는 것일까?.


보여주는 것도, 보여주지 않은 것을 알려는 노력도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이면까지 알아야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허그보다 백허그가 더 큰 감동과 희열을 주나 보다. 


상대가 내 뒤를 안아주는 모습이 그 사람의 숨결과 따스한 기운이 느껴져서. 

그리고 마치 내 어두운 면까지 보듬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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