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그 뒤 친구들과 가려던 여행이 변경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는 미뤄진 친구와의 여행 대신 같이 1박 2일로 여행도 다녀왔다. 간혹 카톡을 읽고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기다리다 보면 답이 돌아왔다. 안 오는 경우는 다시 연락하면, 답장을 해줬다.
"궁금해서 확인은 하는데 바쁘고 그러면 답장 못 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그냥 편하게 문자하고 전화하세요" 그래서 난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었다. 차라리 제가 바쁠 때니 조금 나중에 연락을 한다고 했으면 오히려 그런 일이 적었을 것 같은데 나중에는 이 일이 독약이 된 것 같다.
점점 연락하고 만나는 횟수가 더 해지자, 나는 감정이 더 커졌다. 다만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면서 난 밤에 잠을 한 두 번씩 깼다. 평소 난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때문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며 잠을 잘 잔다. 하지만 불안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데, 이때가 이랬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입술 주변은 다 터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에 있어서 분위기는 좋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름 남자치고는 예민한 내가 이상한 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이를 테면 앞서 언급했지만, 전 연인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가끔 감정적으로 대화하면서 욕을 했던 점, 다른 지인과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하고 끊으면서 전화를 했다고 짜증 냈던 점, 여행을 가서 친구들과 카톡 하는 걸 아주 살짝 보게 되었는데 나와하는 카톡의 프사가 달랐던 점, 평소 남자를 혐오한다는 발언을 한다는 점 등이었다.
게다가 어느 날은 남자에게 바라는 점이 없다면서 약 10가지의 항목을 나에게 언급한 적도 있었다. 평소 사랑한다, 좋아한다 등 표현하지 않는데 술을 마시고는 먹을 걸 나에게 먹여준다거나, 많이 사랑해 주세요~, 너도 나 지겹다면서 떠날 거잖아 등등의 말을 한 일들은 나에게 이것저것을 많이 생각나게 해 줬다. 그리고 불안하게 만든 시사점들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이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런 불안감 속에 조금의 의심이 싹트면서 연락이 잦아졌던 것 같다. 분명 전날 일찍 쉬겠다고 해서 그 뒤로 연락을 안 했는데, 그 다음날 집에 갈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매트리스를 말리기 위해 널어놨는데, 그것을 보고 나에게 절친한 친구의 이름을 대며, 그 전날 친구가 놀고 갔다고 나에게 발언했다.
그래서 다시 대화를 살펴보니, 대체로 비슷한 날 그 친구를 만났으며, 가끔은 주말 중 하루를 만나고 그 다음날 오후 내내 연락이 안 될 때도 있었다. 또한 평소 늘 낮은 텐션을 유지하던 그녀가 아침부터 연락을 많이 하는 날은 오후나 저녁에 연락이 좀 늦어지거나 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 예상되었다.
문제의 그날도 그랬다. 그날은 오전부터 이상할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고, 커피를 마시러 나오지도 않는 사람이 이른 시간부터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고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보였다. 나는 연락이 오면 거의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많은 연락을 했고, 어느 시점에 "오후는 이래저래 일도 많고, 바쁠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친구가 집에 놀러 온대요"라고 말을 했다.
그날은 나도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는 날이었으나, 예상외로 빨리 끝났고, 그날 먹은 음식 사진에 답장을 해준 뒤로는 답이 없었다. 안 그래도 의심을 하던 차니 한 시간 단위로 카톡을 하고, 전화를 두 번 정도 했으나 받지 않았다. 새벽 12시쯤이 돼서 보낸 카톡을 읽은 30분 후쯤 전화가 왔다.
난생처음 듣는 짜증이었다. "왜 안 자고 있었냐? 빨리 쉬어라" 등의 몇 대화가 오고 갔다. 일전에도 친구가 가고 전화를 한다고 하고, 날 기다리게 하던 그녀는 바로 자겠다고 문자를 보냈었다. 우리 집에 왔을 때도 그녀의 핸드폰은 아주 무음이어서 뒤차가 세 번이나 전화가 왔음에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전에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먼저 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날은 나도 너무 화가 나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아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