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그다음 날 난 출근을 해서 잘 일어났냐며 연락을 했다. 어젠 목소리가 안 좋았노라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대답에는 아직까지 일하고 있어요가 전부였다. 그다음 카톡에는 '1초도 못 자고 일하고 있어요'라고 왔다.
그때부터 내 불안이 폭발했다. 분명 어제 일로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말은 일 때문에라고 하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연락 텀이 너무 길어지니 대응도 안 됐다. 그날도 밤에 전화 한 번 정도는 왔지만, 짜증스럽게 나를 대하고는 얼마 되지 않아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날 그 이후 연락은 없었다.
그다음 날도 역시 쉰다는 말을 남겼고, 나는 그런 말을 듣자 더 불안감이 커졌다. 연락은 평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끔 줄었고, 전화는 하루 한 통 잠깐이 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연락은 줄었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는 오히려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화를 낼 정도로 나는 온갖 신경이 그쪽에 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놔두지 못했다. 하루 한 두 번이라도 문자를 보냈지만, 급기야는 답장도 안 왔다. 그 주 일요일은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몇 통의 문자를 넣었다. 몇 시에 볼 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통화를 했다. 계속된 문자를 기다리는 것에 지쳐있던 난 전화가 가능하다는 문자에 가뭄에 단비가 오는 느낌이었다. 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어제부터 아파서 연락을 못 받았고, 지금은 토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누가 봐도 전화를 끊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아프다고 하니, 죽이나 약을 좀 사다 주겠다 이야기했다. 싫으면 집 앞에 가져다만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진짜 괜찮고, 자기는 본가에 가 있을 거라고 답장이 왔다. 그것이 거의 마지막 대화다. 그 뒤로는 내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요일, 난 거의 미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도 정확한 사태파악이 안 됐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래저래 검색을 해봤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는지 모르겠지만, '회피형' 애착 유형이라는 스타일이 나왔다.
그 관련 문서들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사람에 대해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는 너무 답답했던 이유들과 문제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고, 다른 한 가지는 반대로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많이 자극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이 모두 발생하고 난 뒤였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이었지만, 이런 유형을 겪은 사람들은 꽤 많았다. 여러 댓글들에서 상대들은 극도의 분노를 느낄 정도로 이야기들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치 못하는 이유와 시기에 일방적인 통보(나처럼 통보도 없을 수도 있다)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회피형 애착 유형의 특징은 여러 글들이 많지만, 하단의 이유를 보면, 그녀가 했던 말이나 행동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때부터 나는 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